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보호 받지 못 한 방위산업의 현실.

박세은 2016. 10. 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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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기밀 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서도 쓰지 못한 채 공짜 설계도를 그린 억울한 사연이 있습니다.

계약금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저작권마저 빼앗긴 상황.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4년 5월, 군 최고 지휘부인 합동참모본부 설계도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당시 설계도를 갖고 있던 사람은, 이 남성인데요.

[정 수 진 : 대가 지불이 안 되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 것이죠.]

그때는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름은, 정 수 진 대표.

정 사장은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요즘 정수진 사장의 출근길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더 이상 사장실이 아닌, 사무실 한 쪽 이 작은 방입니다.

[정 수 진 : 먼저 데리고 있던 직원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그 회사에 지금 사무실을 빌려서 저희 직원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10여 명 되던 직원들도 다 떠나가고, 딱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

명색이 직원이라지만, 실은 이 분도 환갑을 넘긴 전직 이사님인데요.

30년 함께 일한 의리 때문에, 최근 정 사장을 다시 돕기로 했습니다.

[남 기 오 / 전 이사 : 그때 당시만 해도 저희가 돌아다닐 때만해도 좋았었죠. 국가에 처음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라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고요. 근데 이제 자꾸 일들이 이상하게 풀려가면서 회사가 좀 어려워졌었고.]

정수진 사장은 지난해,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잘 나가던 군사 방호 시설 전문가...

회사의 기업 가치도 420억 원에 달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였는데요.

[정 수 진 : 어디에 어떤 EMP를 하느냐를 저희만 갖고 있었죠. 그 아이디어를...]

이렇게 된 게, 다 이 합참 건물, 그리고 문제의 설계도 때문입니다.

[정 수 진 : 볼 때마다 굉장히 속도 상하고 아주 억울하고요. 저희 가족도 다 억울해 해요. 솔직히 잠 못 자는 때가 많죠. 보고 가면 더 기분이 안 좋습니다.]

정수진 사장이 당시 가지고 있던 건, 합참 신청사에 대한 EMP탄 공격을 막을 ‘방호 시설 설계도’였습니다.

지난 2001년 국방부 요청으로 이걸 직접 설계한 당사자가, 바로 정 사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 당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꼬였습니다.

정 사장은 돈은 나중에 받기로 하고, 설계도부터 만들어 군에 제출했는데, 국방부가 돌연 다른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뒤, 정 사장의 설계도만 사용하고 돈을 주지 않은 겁니다.

[정 수 진 : 저희 자료를 결국은 대기업 통해서 하게 만들고 저를 이제 팽 시킨 거죠. 한마디로 말해서.그러다보니까 제 사업을 강제로 가와 대기업에 뺏기에 된 것이죠.]

정상 절차라면, 국방부가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설계도 원본까지 회수해 가야 하지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으니, 이후 원본을 돌려받을 명분이 없어졌던 것이죠.

더 황당한 것은, 정 사장이 설계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입니다.

보도 일주일 뒤인 2014년 5월 20일.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정 수 진 : 군 검찰 수사관 하고 거기 검찰 과장. 검찰 과장이 법무관이죠. 그러면서 뭐 송도 저희 사무실에 근처에 왔는데, 사무실 구경 좀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애 군대 입대시켜서 여기서 가려면 멉니다. 그랬더니 아 그래도 천천히 오세요. 좀 기다리겠습니다. 해요. 근데 제 느낌은 좀 그랬어요. 왜 계속 기다린다, 그럴까?]

군 검찰이 정 사장 회사를 찾은 목적은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정 수 진 : 컴퓨터 11대의 하드 디스크 저장 매체, 통째로 빼갔죠. 그러니까 컴퓨터 껍데기만 있는 거죠. 저장매체를 다 빼갔으니까. 그거 11개를 다 빼갔고요.]

사실상 합참 설계도를 가져가기 위한 압수수색이었습니다.

하지만, 군이 가져간 건 설계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11대의 하드 디스크.

그러니까, 지난 30년 동안의 회사 연구 결과와 자료를 몽땅 실어간 겁니다.

[정 수 진 : 결국은 압수수색을 뺏어간 것이죠. 돈은 당연히 안 주고 전체 도면만 빼 갈 수가 없으니까 전체 하드디스크부터 해가지고 전체 자료를 통째로 가져간 거죠. 관련되지 않은 자료서부터 해서 관련된 자료까지 몽땅 다 뺏어간 거죠. 압수해간 거죠.]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2년 넘도록 군 당국은 어떤 자료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 수 진 : 줄 방법이 없답니다. 지금은 한 2년 지나가지고 담당했던 사람이 다 바뀌었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왔는데 그 사람들도 돌려 줄 방법이 없다고 그러네요.]

언제쯤 자료를 찾고, 회사 문을 열게 될지 기약이 없는, 다 빼앗긴 사장님입니다.

[남 기 오 : 제가 항상 생각을 하는 게 인생은 항상 사인곡선이다.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가면 올라가는 게 있고 그런데 한 없이 추락해 버리고 나면 다시 올라 갈 길이 너무 높으니까...]

[정 수 진 : 모두가 저의 진실을 안 좋게 생각하는 거예요. 뭐 이렇게 제가 인터뷰를 해서 그 진실이 억울한 게 좀 국민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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