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 맞은 베를루스코니 전 伊총리 "이제야 나이 자각"

2016. 9. 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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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엔 애정 없어..가족과 더 많은 시간 보낼 것"

"정치엔 애정 없어…가족과 더 많은 시간 보낼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3차례나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하며 영욕의 세월을 보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29일 80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출판 그룹 소유의 잡지 '키'(Chi)와의 인터뷰에서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기 때문에 항상 마흔 살인 것처럼 느끼고 살았다"며 "그러나 심장 수술 이후로는 내가 팔순 노인임을 똑똑히 자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6월 심장 판막 교체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이다.

잦은 모발 이식과 성형 수술로 외모를 관리하고, 수 십 년 어린 딸뻘의 연인과 종종 추문에 휘말리기도 한 그였으나 이제는 기력이 많이 쇠퇴했음을 고백한 셈이다.

그는 수술 이후 자신이 이끄는 우파정당 전진이탈리아(FI)의 후계자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밀라노 시장 후보로 나섰던 스테파노 파리시를 지명하고, 프로축구단 AC밀란을 중국 자본에 넘긴 데 이어 미디어세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그러나 이 잡지에 "미래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 손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결혼해 슬하에 자녀 5명, 손자 10명을 두고 있는 그는 2014년 두 번째 부인과 정식 이혼한 뒤 현재는 TV방송 쇼걸 출신인 49세 연하의 연인 프란체스카 파스칼레(31)와 동거 중이다.

그는 이어 "정치는 내가 진정 열정을 쏟는 대상은 아니었고, 정치 때문에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내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오직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한 프로축구단 AC밀란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축구광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986년 인수한 AC밀란은 리그 우승 8차례와 유러피언컵 5차례를 포함해 모두 28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 그러나, 구단주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미성년자와의 성추문과 이탈리아 경제 위기 속에 사임한 직후인 2012년 시즌부터 이렇다 할 우승 경력 없이 부진에 빠졌다.

AC밀란 인수 후 승승장구하며 AC밀란과 개인적인 영광의 시기를 함께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AC밀란에 관심을 쏟을만한 시간이 없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73건의 정치적 재판을 받느라 3천600차례의 심문을 받아야 했고, 이를 위해 1주일에 최소 사흘은 오후 내내 변호사와 보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금 탈루,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이혼 소송 등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린 그는 다른 재판에서는 모두 증거 불충분과 시효 만료 등으로 혐의를 벗어났으나 2013년 세금 탈루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이후 정치력이 급속도로 쇠퇴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계 막후로 물러난 뒤 우파는 급속도로 몰락했고,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FI)은 현재 지지율 10∼12%를 넘나드는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다.

한편, 베를루스코니의 80세 생일을 맞아 이탈리아 주요 언론은 베를루스코니의 인생 궤적과 그가 이탈리아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호불호가 극도로 엇갈리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머리에 패션 두건 '반다나'를 두르고, 호화로운 요트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 등 특유의 이미지와 화법으로 이탈리아인들의 정신을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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