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 3명 경찰 총격에 피살..케냐 시끌
경찰 "IS에 충성 맹세한 테러범" vs 인권단체 "무고한 시민"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경찰서를 방문한 무슬림 여성 3명이 테러범으로 몰려 현장에서 사살된 케냐에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케냐 제2의 도시 몸바사 중앙경찰서 경관들은 지난 11일 오전 칼과 휘발성 폭발물, 자살폭탄 조끼를 지니고 경찰서를 공격하려던 3명의 여성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최근 IS(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그 증거로 충성서약문을 공개했다.
경찰은 여성들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여성 중 한 명은 지니고 있던 휘발성 물질로 인해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화상을 입어 사망했으며 이후 7명의 공모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나 이들 여성은 해당 경찰서에 휴대폰 분실 신고를 하러 갔고 이어 경관들이 강제로 히잡을 벗기려고 해 강하게 저항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의 총격에 여성들이 사살됐으며 최소한 1명은 경찰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려는 듯 온몸에 화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여성들이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자살폭탄 조끼도 입지 않았고 테러 시도나 공모자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케냐 경찰의 독립기구인 경찰감찰위원회(IPOA)가 나서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마차리아 은제루 IPOA 위원장이 밝혔다.
위원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관들에 대한 검찰 기소, 내부 징계 혹은 무죄 방면 등 조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오치에노 나므와야 아프리카 담당 연구원은 "케냐 경찰은 살인을 덮으려 이야기를 꾸며 낸다"면서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항상 '테러'를 내세운다"라고 밝혔다.
나므와야는 "이번 사건에는 의문점이 많다. 경찰도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라고 전한 가운데 사건 당일 녹화된 영상을 보면 그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녹화 영상 중 한 장면에는 마이무나 압디라만 후세인(22)과 타스민 압둘라 파라로 알려진 2명의 여성이 경찰서 건물 바깥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나온다. 경찰은 파라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어 세 번째 여성은 오른쪽 손을 들고 앉아 있다가 경찰의 총격에 쓰러지고 만다.
이후 2분 동안 최소 2명의 경관이 돌아가며 이들 여성에게 7발의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서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두 번째 영상에는 경관들이 심하게 화상을 입고 쓰러져 신음하는 람라 압디라만 후세인(19)과 그의 언니 마이무나 후세인에게 질문을 퍼붓는 장면이 포착된다.
몸바사에 있는 무슬림 인권단체(MUHURI)의 켈레프 칼리파 의장은 "화면에서 들리는 기도 소리로 미루어 이들은 2시간이 지나도록 응급 의료조치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즉결 처형식 살인"이라면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비통해했다.
칼리파 의장은 또 "경찰의 주장대로 여성들이 테러범이었다면 체포했어야 한다"며 경찰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무척 혼란스럽다. 3명의 여성이 칼을 지니고 경찰서를 공격한다? 경찰서는커녕 우리 집을 공격했더라도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5일째인 지난 16일 케냐 정부 소속 법의학자는 이들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무기한 연기했으며, 이튿날 시신들은 매장됐다.
칼리파 의장은 "케냐에서는 어딜 가든 법정 증거를 위해 시신을 부검한다. 이(매장)는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단언했다.
케냐 경찰은 종종 '죽음의 특공대'를 구성해 테러모의 등 혐의가 있거나 경찰과 대립하는 사람들을 암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경관을 협박 혐의로 고소한 고객을 변호하던 인권변호사가 고객, 운전사와 함께 고문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돼 4명의 경관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여성들이 입고 있었다는 자살폭탄 조끼나 방탄복, 칼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이 작성했다는 IS에 대한 충성서약 문구도 아직 그 진위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IS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조력자들'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인권 활동가들에게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의 주장이 낯설지 않다.
"케냐 경찰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겠지만,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것"이라고 나므와야는 말했다고 AF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rtech-ken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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