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부검 둘러싸고 '공권력-시민사회 충돌' 불가피

박태정 기자 2016. 9. 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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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용산대참사 후 7년만..유족 "국민 마음모아 막아낼 수밖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씨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고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28일 저녁 발부되면서 유가족·시민단체와 경찰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뒤 경찰은 재신청 했지만 법원이 다시 소명자료를 요구했을 만큼 부검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영장이 발부됐고, 유족들이 부검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부검을 둘러싼 유족들과의 마찰은 2009년 용산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4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이후 7년 여 만이다.

당시 검찰은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고 당일 부검을 강행해 유족과 시민사회의 반발과 함께 강한 의혹을 샀다.

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부검은 시국 사건에서 부당한 공권력 횡포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1987년 연세대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열사가 사망하자 부검을 위해 유족의 동의도 없이 시신을 압수하려는 경찰에 맞서 학생들이 밤 새워 막으면서 영장집행이 무산됐다.

결국 가족과 교수, 학생 대표가 입회한 가운데 부검이 실시돼 최루탄 파편이 뇌로 파고들어간 것이 사인으로 확인됐다.

같은해 1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역시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터무니없는 쇼크사 발표에서는 경찰 병원 부검을 요구하는 경찰에 맞서 객관성 담보를 위해 한양대병원에서 부검을 실시해 사인이 물고문이었음이 드러났다.

1990년대 들어서도 부검을 둘러싼 민주화 세력과 공권력의 충돌은 이어졌다.
1991년 공안정국 속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에 나섰던 성균관대생 김귀정씨가 시위 도중 사망했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쳐 김씨의 시신을 탈취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균관대 학생들과 시민들은 영장집행을 가로막았고 객관적인 부검 결과 경찰의 최루탄 세례와 무차별적인 구타에 의한 압박 질식사로 확인됐다.

이날 법원은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유족이 희망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하고 유족과 유족 추천 의사, 변호사의 참관을 허용했지만 유족들은 부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장 발부 뒤 회의를 거쳐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을 다시 받게 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유족 등은 경찰의 부검 집착이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부검영장이 이번처럼 재청구와 법원의 보완요구 등이 이어진 후 발부된 사례는 전무할 정도로 이례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부검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족·시민단체의 강한 반발과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경찰은 백씨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것은 맞지만 주치의가 심부전에 의한 심정지사를 사인으로 기록한 만큼 병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p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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