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아들이나 데리고 와"..백남기 농민 빈소 말·말·말

김원진·백경열·허진무·최미랑 기자 2016. 9. 25. 23: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뒤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농민 백남기씨(69)가 25일 사망했다

백씨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500명이 넘는 시민들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우원식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백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유족,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빈소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의 볼멘 소리도 들렸다.

■“아빠 꼭 다시 웃게 해줄게. 우리 또 만나자 아빠랑 딸로. 잘가요”

백씨의 둘째 딸 백민주화씨는 25일 오후 7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 백씨의 영정 사진을 올렸다. 민주화씨는 사진과 함께 “아빠 꼭 다시 웃게 해줄게. 우리 또 만나자 아빠랑 딸로. 잘가요”라고 썼다. 민주화씨는 앞서 오후 오후 4시33분 페이스북에도 ‘시민 여러분, 백남기 농민의 곁으로 달려와 주십시오!’라는 백남기대책위의 공지를 링크한 후 “긴 시간 동안 저희 아버지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첫째 딸 백도라지씨는 고 백남기씨의 시신 검시가 끝난 뒤 이날 오후 8시30분쯤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병생활이라기 보다는 생명연장을 끝내시고 오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면서 “돌아가신 원인은 분명히 물대포에 의한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유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부검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라지씨는 “어제와 오늘 이렇게 경찰이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건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가족들은 아버지를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25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경찰병력이 일반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우병우 아들이나 데리고 와”

이날 오후 4시10분부터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시작됐다. 백씨가 오후 1시58분 사망선고를 받은 뒤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하나둘씩 모였다. 경찰은 서울대병원과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소 주변에 45개 부대 36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조문이 시작된 오후 6시10분 전후로 경찰이 장례식장에 300명 넘게 몰린 시민들의 입장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한 30대 남성은 의경들 뒤편에 서 있던 경찰 지휘부를 향해 “우병우 아들이나 데리고 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고 백남기씨의 빈소를 찾은 이상훈씨(32)는 “제가 너무 놀랐던 것은 경찰이 시신을 탈취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 그것 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빈소를 찾은 김인수씨(27)는 “병원을 경찰이 둘러싼 걸 봤는데 지금이 2016년 맞나 싶다. 이 한 마디로 설명 가능할 거 같다”면서 “경찰력이 군대로 치면 군단급으로 모인 거 같은데 한 농민의 시신을 뺏기 위해 진 치고 있는 것이 웃긴다”고 말했다.

백남기씨가 사망한 25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한다. 고인에 대해 사과해 주실것을. 그것이 망자에 다한 최소한의 예의다”

야당 정치인들의 조문행렬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주민, 우원식, 정청래, 진선미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고,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노회찬, 윤소하 의원등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백남기 어르신을 이렇게 보내게 되서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고인께서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버틴 시간이 자그마치 317일인데, 이 시간동안 박근혜정부는 아무 사과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한다. 고인에 대해 사과해 주실것을. 그것이 망자에 다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그간 진상규명은 철저히 막다가 지금 부검을 막 하려는 모습은 국가권력으로서 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가해자에 대해서 수사를 철저히하는 모습 보였다면 유족이 덜 억울했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이 종합되다보니 유족은 물론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 같다. (검경이)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 당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진·백경열·허진무·최미랑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