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줄 알라" "그짓하다 야당돼"..난장판된 국회(종합)

2016. 9. 2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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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해임안' 표결 전 여야 충돌..與 시간끌기에 野 야유·고성 저녁식사 땐 與 "장관 밥 굶기나" 野 "필리밥스터 하나" 옥신각신 방미 중 다짐했던 협치 '휴짓조각'.."당신이나 잘하라" "야, 부끄러운 줄 알라"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단상 아래 왼쪽)이 '짧은 질문, 긴 답변'으로 일관하는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정진석 원내대표(단상 아래 가운데)가 정세균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맞대응하러 나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김재수 해임안' 표결 전 여야 충돌…與 시간끌기에 野 야유·고성

저녁식사 땐 與 "장관 밥 굶기나" 野 "필리밥스터 하나" 옥신각신

방미 중 다짐했던 협치 '휴짓조각'…"당신이나 잘하라" "야, 부끄러운 줄 알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정현 박수윤 기자 =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23일 오후 10시20분께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다.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마지막날 대정부질문에서 마지막 질문자였다.

이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노골적으로 '시간 끌기'를 시작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이석기 사건'을 처음부터 죽 설명해달라"거나 "간첩 잡은 사람 다 밝혀보라"는 등 긴 답변을 유도했다. 황 총리와 부처 장관들을 차례로 불러세우며 "길게 답변해도 좋다"고 부추기기도 했다.

이 의원과 국무위원들의 '단문장답(短問長答)'이 1시간30분 넘게 이어진 끝에 자정이 가까워지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발언을 중단시켰다. 본회의 개의 날짜를 넘기게 된 만큼 회의 '차수 변경'을 선언하기 위해서였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적 수순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자정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단걸음에 의장 단상 앞으로 뛰어들었다. "의장이 이딴 식으로 날치기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독재 날치기다. 부끄러운 줄 알라. 헌정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겼다"고 소리쳤다.

정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진행 도중 자정을 넘긴 만큼 유회(流會)됐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출석 의무는 어젯밤 12시부로 종료됐다"며 "돌아가셔도 좋다"고 말했다.

본회의장에 모여 "정세균은 물러가라"고 소리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퇴장을 허락한 정 의장 사이에서 황 총리와 장관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한동안 머뭇거리다 국회를 떠났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향해 "야, 부끄러운 줄 알라"고 고함을 지르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데리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우현 의원은 "(발언 시간이) 3분 남았는데 다 하고 가겠다"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지만, 곧 전원이 나갔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이 진행됐다. 야당 및 무소속 의원 17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가(可) 160표, 부(否) 7표, 무효 3표로 기록됐다.

전날 오후 2시께부터 11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본회의는 여당의 '지연작전'과 야당의 야유와 고성, 막말과 삿대질이 마구 뒤섞여 볼썽사나운 난장판을 연출했다. 해임안 통과에 앞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여야가 온종일 감정적으로 충돌한 것이다.

추석 연휴에 정세균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 안보에 한목소리를 내며 가능성을 엿보게 했던 '협치'가 일주일도 안 돼 무색해진 대목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협치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의총을 소집, 이를 이유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정 의장이 오후 2시를 넘겨서야 개의를 선포해 대정부질문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이 과정에서 한때 검토했던 필리버스터(표결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가 국회법 규정에 막혀 무산되자 '질문은 짧게, 답변은 길게' 하는 전략으로 지연작전에 돌입했다. 국무위원의 답변 시간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라며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국무위원의 답변이 길어지면 야유를 보냈다. 서형수 의원이 "길게 답변하는 거 안 힘드신가"라고 묻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괜찮다"고 답했다.

이날 해임안 가결로 기울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다 그 짓 하다 야당 됐건만, 총리·장관의 필리버스터는 안 했다"며 "해외 토픽"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야간, 그리고 정 의장과 여당간 충돌이 빈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의 식사시간을 이유로 정회를 요구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나와 말리고 있다. 왼쪽은 사회권을 넘기라는 심재철 국회부의장. 오른쪽은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대정부질문이 후반부에 접어든 오후 7시50분께,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장을 빠져나와 본회의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의장 단상 앞으로 몰려가 정 의장 쪽과 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국무위원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에게 식사 시간을 주지 않을 거라면) 의장님도 식사하지 마셨어야죠"라며 "의장은 밖에 나가서 밥 먹고 말이야"라고 격앙됐다.

'Mr. 스마일'로 불려온 정 의장은 노기를 띤 얼굴로 발끈했다. 새누리당이 의총으로 본회의 시간을 늦춘 데 이어 국무위원들의 '장광설 답변'을 배후 조종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김밥 돌아가면서 드시면 되죠"라며 "오늘 새누리당 의총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라고 응수했다.

정 원내대표가 "국회에 오점을 남기지 마세요.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소리를 치자 정 의장도 "당신이나 잘하라"고 쏘아붙였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민주 의원들도 단상 앞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야구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불펜에서 쏟아져 나와 심판을 둘러싸고 으르렁대는 듯한 광경이었다.

야당 의석에선 새누리당과 국무위원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도한다는 뜻의 "필리밥스터"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우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를 설득하며 "밖으로 나가 얘기하자"고 잡아끄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도 일어났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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