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왕 정진영> 69. 서늘한 가을 속 뜨거운 유혹 '둥근잎유홍초'
[HOOC=정진영 기자] 어느덧 추분(秋分)이 왔습니다. 추분을 기점으로 낮보다 길어지는 밤은, 멀게만 느껴졌던 한 해의 끝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분은 꽤 서운한 절기입니다. 많은 식물들의 생장이 추분 무렵부터 더뎌지기 때문이죠. 이는 곧 새로운 꽃과 마주칠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보이는 꽃들을 부지런히 눈에 담아야 할 때입니다.
대체로 강렬한 원색을 자랑하는 여름꽃과는 달리, 가을꽃의 색은 봄꽃처럼 파스텔 톤에 가까운 편입니다. 봄꽃과 차이가 있다면, 가을꽃의 파스텔 톤에선 봄꽃보다 메마른 질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계절에도 작지만 여름꽃 이상의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둥근잎유홍초입니다.
둥근잎유홍초는 메꽃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대 아메리카 지역을 원산으로 합니다. 둥근잎유홍초는 매년 8∼9월이면 전국 곳곳의 풀숲에 덩굴을 감으며 주홍색 꽃을 가득 피우죠. 당초 둥근잎유홍초는 원예종으로 국내에 도입된 식물입니다. 그러나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미대륙 원산 식물답게, 둥근잎유홍초는 태평양 건너 낯선 땅에도 성공적으로 정착해 자생하고 있습니다.
둥근잎유홍초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홍초라는 식물도 따로 존재합니다. 유홍초는 나팔꽃을 축소한 듯한 통꽃을 피우는 둥근잎유홍초와는 달리, 별 모양을 닮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원조보다 둥근잎유홍초가 흔하게 눈에 띕니다. 이맘 때 길가에서 주홍색 꽃을 보셨다면 유홍초가 아니라 둥근잎유홍초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둥근잎유홍초는 신약의 원료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의 한 연구소기업이 둥근잎유홍초에서 항당뇨 효과를 가진 물질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한 것이죠.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 연구팀은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성분을 추출해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중국 연구자 최초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천연물 신약, 현대 의약품 상당수가 세계 각국의 전통약초나 한약재로부터 성분 추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둥근잎유홍초를 비롯한 우리 주변에 흔한 식물들이 어떻게 인류를 구원할지 모를 일입니다.
둥근잎유홍초의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워”라고 하더군요. 높고 파란 가을하늘과 둥근잎유홍초가 이뤄내는 선명한 보색 대비는 대단히 매혹적이어서, 이 같은 꽃말이 결코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에 산책을 하실 계획이 있다면, 길가의 화단이나 풀숲을 무심코 지나치지 마세요. 서늘함 속에 뜨거움을 간직한 꽃들이 덩굴째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123@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아이 영어글쓰기, 어떻게 교육하나요]
☞20대女, 번지점프 했는데 줄없어 추락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이준석 “이희진 실제 돈 없는 사람, 회식 한번 안 해”
☞생방송 중 사자가 출연자 공격…비명횡사 위기
☞‘디올백’ 든 리설주, “北근로자 1년치 봉급”
☞강수정 “남편 재벌·정략 결혼·100만원짜리 커피, 다 거짓”
☞출입금지 ‘1급수 수원지’서 목욕하는 중국인들
☞韓·日 전문가 “한국, 7.0 이상 지진 발생…30만명 사망”
☞켄달 제너, 인스타 ‘후끈 달아오르게한 사진’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요?
- 이웃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된 아들에게
- 지진에 관한 오해와 진실
- "며늘아 설거지는 내가 하마" 의신면 이장님들이 나선 이유
- 미디어는 어떻게 이희진이란 허상을 만들었나?
- “김마리아가 누구야?”…송혜교, 또 나섰다
- “만점 받아도 의대 어렵다” 국·수·영 다 쉬운 수능에 입시 ‘혼란’ 예고
- ‘여직원 성폭행 논란’ 김가네 회장…‘오너 2세’ 아들이 사과하고 ‘해임’
- 김소은 '우결' 남편 故송재림 추모…"긴 여행 외롭지 않길"
- [단독] 사생활 논란 최민환, ‘강남집’ 38억에 팔았다…25억 시세차익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