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에 들어간 故 조비오 신부 추모미사 거행

모든 것 돌려주고 떠난 유언장 낭독…슬픔·애도·경건함 속에 진행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제 긴 세월 지셨던 십자가 내려놓으시고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 취하시기 바랍니다."
21일 선종한 천주교 광주대교구 조철현 비오 신부 추모미사가 광주 임동 주교좌성당에서 슬픔과 애도 속에 경건하게 거행됐다.
이날 미사에서는 고인이 남긴 세 마디 유언장이 집전을 맡은 옥현진 총대리주교 음성으로 낭독됐다.
"책, 기물 등은 소화자매원에 귀속한다. 혹시 남은 재산이 있을 경우 소화자매원에 귀속한다. 장기를 기증한다."
청빈한 생활상이 담긴 기물과 손때 묻은 책, 육신마저 세상에 돌려주고 싶은 고인의 뜻이 울려 퍼진 성당 지하강당에는 이내 숙연함이 감돌았다.

200여 천주교 신자와 시민은 성가를 함께 부르고 기도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깊은 뜻을 기렸다.
하얀 미사포 아래로 가만히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이는 신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짧은 내용이지만 긴 여운을 남긴 고인의 유언에 따라 빈소이기도 한 지하강당 입구에는 조화 대신 쌀 화환이 줄을 잇고 있었다.
고인이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입을 옷은 평소 착용하던 장백의, 영대, 띠, 백색 제의로 정해졌다.
고인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추모미사에 참석하며 "통장을 보니 매달 잔고가 0원 처리됐더라. 모든 걸 나눠준 당신은 항상 비우셨고, 나누셨고, 일신을 위해 돌보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의 가난, 사회정의, 나눔 정신이 우리 안에 살아남아 나눔과 정의와 섬김의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화 산증인이자 광주 시민사회 대표적 원로 인사인 조 신부는 이날 오전 3시 20분 췌장암으로 선종했다. 향년 78세.
고인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는 장례미사는 23일 오전 10시 임동성당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할 예정이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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