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첨성대

2016. 9. 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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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별을 관측하는 게 국가 대사였다. 별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나라의 길흉을 점치거나 별의 운행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다. 별을 보기 위한 높은 대(臺), 즉 첨성대(瞻星臺)를 세운 이유다. 고구려 평양성에 첨성대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신라 첨성대는 경주에 보존돼 있다. 국보 제31호다. 7세기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중간 이상이 위로 뚫려서 사람이 그 속으로 오르내리며 별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현존 실물과 일치한다. 동양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꼽힌다.

첨성대는 정사각형의 이중 기단 위에 원주형으로 27단을 쌓아올린 뒤 꼭대기에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정자석 2단을 엮어놓은 구조다. 기단이 사각형이고 몸체는 원으로 돼 있는 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이라는 신라인의 우주관이 반영됐다. 중간에 남쪽으로 네모난 출입구가 있는데, 그 아래에 사다리를 걸쳤던 흔적이 있다.

조선 전기 문신 조위는 시 ‘첨성대’에서 “규표(해시계)를 세워 해와 달의 그림자를 관측하고/ 대에 올라 구름 보고 별들을 점치니”라고 했는데, 첨성대의 기능을 짐작할 수 있다. 외형은 직선과 곡선이 간결하게 조화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정자석은 신라 자오선의 표준으로, 각 면이 정확히 동서남북의 방위를 가리킨다”며 ”신라인의 과학과 수학과 예술에 절로 존경심이 일어난다”고 했다.

최근 경주 지진으로 첨성대가 심하게 흔들려 7월 조사 때보다 2㎝ 더 기울고 정자석 동남쪽 모서리가 5㎝ 더 벌어졌다. 첨성대는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크고 12단까지는 내부가 흙으로 채워져 웬만한 진동은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이 있다. 현대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법이 일부 적용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진이 재발하면 정자석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는 첨성대가 부분적 해체 보수의 대수술을 받게 될지 모른다. 첨성대는 신라인의 과학과 예술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보수작업을 하더라도 신중한 논의와 정밀 측정, 지반 조사 등으로 영구보존 방법을 찾아낸 뒤에 해야 할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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