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 운명에 도전한 영웅 스파르타쿠스

미술사학자 2016. 9. 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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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의 조각, 드니 포야티에, 1830년작, 212㎝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은 로마 역사뿐 아니라 유럽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존재입니다. 오늘의 작품은 바로 이 스파르타쿠스를 묘사한 조각입니다.

“루브르의 스파르타쿠스 조각은 아직 유명하지 않던 신인 조각가 드니 포야티에한테 최고의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다. 학생 시절 참가한 첫 전시회에서 빌라 메디치의 장학생 자격을 획득한 포야티에는 이탈리아로 가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가 했던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스파르타쿠스의 석고상이었는데, 완성도 되지 않은 그의 조각은 소문으로 먼저 프랑스에까지 전해져 인기를 끌었다. 포야티에는 프랑스에 귀국하자마자 왕의 명령으로 대리석으로 이 조각을 다시 만들도록 주문받는다. 진정한 조각가로서 그의 행보가 시작된 순간이다.”

당시 프랑스에는 미술대학 학생 성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젊은 인재를 뽑아 ‘영원의 도시’ 로마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 그 제도를 ‘로마상’이라고 하고, 로마상 수상자는 국가 연구기관인 빌라 메디치에서 기거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습니다. 포야티에는 이곳에서 로마시대 조각을 공부하고, 그것을 나름대로 해석해 석고상으로 만들었는데, 미완성 상태였는데도 그 완성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프랑스에도 알려지면서 유학생 시절 벌써 유명한 조각가로 등장합니다.

“노예(검투사 신분이었던 스파르타쿠스)는 지금 방금 자기를 죄어 왔던 속박에서 벗어난 순간이다. 그의 손목에는 철로 된 족쇄가 아직 남아 있으며, 왼손에서도 마치 방금 끊어버린 듯 표현된 쇠사슬의 남은 부분이 보인다. 오른손으로는 지금은 아쉽게도 칼날이 부러져 버린 검투사의 칼이 들려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검투사였습니다. 당시 검투사는 노예로 묶인 존재이며, 시합 도중 목숨을 잃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건 시합을 보면서 로마인들이 즐거워했지만, 스파르타쿠스는 그 시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인 로마 군단에 검투사들을 모아서 맞선 전설적 인물입니다.

비록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크라수스에게 잔혹하게 진압당하긴 하지만, 전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가 정규군을 상대로 대등한 전투를 벌이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자각을 했다는 점에서 역사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프랑스 국민들을 가장 심하게 억압한 샤를10세가 이 조각의 소문을 듣고 대리석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했다는데, 조각이 주는 인상만을 생각하고 그 의미는 완전히 무시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가장 비싼 카라라 대리석으로 사전 작업을 해서 받침까지 252㎝에 달하는 이 조각을 프랑스로 옮겨 온다. 포야티에는 이 조각에서 강인하고 거친 노예 검투사의 이미지를 최고의 운동선수들의 몸을 모델로 구현해 냈다. 찡그린 눈썹과 고집 있어 보이는 입술, 그리고 팔에 드러나는 근육들은 스파르타쿠스가 자신 앞에 놓인 운명에 용감하게 마주할 것임을 보여준다.”

스파르타쿠스라는 인물을 구현해 낸 작가들은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젊은 포야티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는 또 다르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자신을 지배하던 세상에 분노를 드러낸 인상 깊은 조각을 만들어냅니다. 비록 주문자는 내용도 모르고 이 조각을 좋아했다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와 동료애들을 체험하고 발전시킨 프랑스인들의 길고 고된 혁명의 길이 이 검투사의 눈빛과 닮았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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