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1000만원 홈경기..상처만 남기고 웃은자 없었다

김용일 2016. 9.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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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신진호가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진성욱과 볼 경합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긴다면 1000만 원도 아깝지 않을 것 같긴 한데….”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최하위 탈출을 노린 인천이 상주와 ‘마이너스 1000만원’ 짜리 홈경기에서 웃지 못했다. 인천은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0라운드 상주와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승점 28에 그친 인천은 11위 수원FC(승점 29)에 이어 최하위에 머물렀다. 승점 1을 추가한 상주는 성남(승점 41)과 승점 타이를 이뤘으나 다득점에 앞서 한계단 오른 5위로 올라섰다.
프로축구 33년사 초유의 사태에 휘말린 경기였다. 이 경기는 전날인 17일 오후 4시 상주 홈구장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일부 그라운드가 논두렁에 가까울 정도로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해 킥오프 2시간 전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정해진 일시에 경기가 치러지지 못한 사례가 두 차례 있었지만 잔디 문제로 리그 일정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상주 구단은 최근 잔디 보수 필요성을 느껴 경기장을 운영및 관리하는 상주시 새마을체육과에 건의했다. 상주시도 동의해 전문업체에 잔디 보수를 맡겼으나 정해진 기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로 보식에 필요한 잔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체측 해명이다. 상주 구단은 설마 홈경기가 열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채 업체 측 행보를 지켜보다가 경기 당일 할 말을 잃었다. 현장 경기감독관과 프로축구연맹 매치 코디네이터 등 모두 선수 안전을 고려해 경기 취소에 동의했다. K리그 규정 30조 2항(경기장 준비부족, 시설미비 등 점검미비에 따른 홈 클럽 귀책 사유로 경기 개최 불능 또는 중지·중단 되었을 경우 재경기는 원정 클럽 홈구장에서 개최)에 따라 상주는 홈 개최권을 박탈당했다. 향후 상벌위원회에서 징계가 논의된다. 문제는 재경기가 확정됐으나 시기였다. 리그 일정상 남은 예비일은 18일과 28일 뿐이었다. 28일은 스플릿 상하위를 나누는 마지막 경기인 다음달 2일 33라운드 경기 나흘 전이어서 양 팀에 부담이 컸다. 무리가 되더라도 다음 날인 18일로 확정했다.

17일 상주시민운동장 잔디 상황. 제공 | 프로축구연맹

가장 피해를 본 건 인천 구단이다. 인천 선수단은 16일 상주로 내려가 1박하며 17일 경기를 준비했다가 의도치 않게 다시 짐을 쌌다. 추석연휴 귀경길 교통정체와 맞물려 평소 2시간30분이면 됐던 인천 복귀 길이 4시간이나 걸렸다. 상주 선수단도 17일 저녁 급하게 인천으로 올라왔는데 밤 11시가 다 돼서 도착했다. 양 팀 선수 모두 경기 전날 도로에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한 셈이다.
인천 직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홈경기 개최가 확정된 17일 관중 무료 입장을 발표했다. 배인성 마케팅 팀장은 “유료관중 유치 때 해온 사전 예약제를 통해 티켓 값 20% 할인을 해주곤 했으나 경기 전날 저녁에야 결정된 사안이어서 진행할 수 없었다. 당일 현장 판매만 가능한데 정상가를 받기도, 어설프게 할인을 하기도 모두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무료 입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홈경기 당일 새벽부터 직원들의 정상 출근이 이뤄졌다. 배 팀장은 “먼 지방 뿐 아니라 섬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복귀하는 직원도 있었다”며 “연휴에 사무국 직원 사기도 저하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규정상 인천 선수단이 상주를 오간 비용에 대해서는 상주 구단이 부담하나 홈경기 개최 비용은 홈 팀이 해결해야 한다. 배 팀장은 “전광판과 LED 조명 사용, 안전·보안요원 등 개최비용을 뽑아보니 870여 만원 되더라”며 “그 외에 선수단이 전날 갑자가 올라와 숙박한 게 500만가량”이라고 했다. 여러 모로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적자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운명이 됐다.
그래도 4563명의 소중한 관중이 들어찼다. 하지만 양 팀은 예상대로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가 후반 체력이 떨어지며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무의미한 패스를 남발하면서 승점 1씩 나눠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구단을 대표해서 잔디 문제와 관련해 인천 구단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기형 인천 감독대행은 “양 팀 선수 모두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전체적인 리듬이 깨졌다”며 아쉬워했다. 두 감독 모두 ‘상주에서 했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 구단은 홈경기 개최비용은 감수하더라도 선수단 숙박 비용에 대해서는 상주에 책임을 요구할 예정이다. 배 팀장은 “오늘 중 상주 책임과 관련한 공문을 프로연맹 측에 보내 항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프로연맹 관계자도 난감해했다. 그는 “천재지변도 아니고 잔디문제로 경기 개최가 취소된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경기장 관리소홀과 관련한 규정에 이번 사태를 참고해 (규정을)수정,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숙박 비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양 구단이 먼저 견해를 모으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연맹이 개입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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