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 별세..철책선 없는 세계로 떠난 '분단문학 큰별'
[경향신문]

한국의 분단 문제에 천착해 온 소설가 이호철씨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지난 6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해 18일 오후 7시32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운명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고인은 함경남도 원산 출신이다. 1950년 인민군으로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됐다가 풀려난 뒤 혈혈단신 월남한 고인의 작품세계엔 실향민으로서의 개인적 체험이 오롯이 녹아 있다.
등단 이후 60여년간 장편소설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 중·단편소설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의 작품을 통해 민족 분단의 비극과 전쟁, 이산가족 문제를 파헤쳐왔다.
고인은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혐의로 투옥되는 등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던 인사였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법원의 재심으로 2011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전쟁과 실향을 직접 경험한 작가로서 남북 분단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감각적인 필치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독일어로 번역된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으로 독일 예나대학이 주는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작품은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유럽과 영미권에서도 번역·출간돼 ‘분단 작가’로서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독일과 헝가리,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청돼 낭독회를 열고 분단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알렸다.
2011년에는 팔순을 기념해 고인과 가까운 문인, 예술인 등이 주축이 된 사단법인 ‘이호철문학재단’을 발족했으며 최일남, 이어령, 신달자, 김승옥씨 등 동료 문인과 지인, 제자 등 87명의 글을 모은 기념문집 <큰산과 나>가 출간됐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이호철문학재단 이사장과 딸 윤정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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