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또 '기름장어' 면모 과시..정세균과 뉴욕회동

김동진 2016. 9. 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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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름장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또한번 자신의 별명처럼 어려운 질문에도 요리 저리 잘 빠져나가는 ‘기름장어’의 처신을 보여줬다.

반 총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권도전이나 귀국 시기 등의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 여야가 편한대로 생각하도록 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언행을 구사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된 면담 초반부에는 방문단과 덕담을 주고 받으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면담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반 총장도, 정 의장과 원내대표들도 모두 대권경쟁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을 공식방문중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들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15일 (현지시간) 뉴욕 UN 본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정세균 의장, 반기문 UN 총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특히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평소 “충청인이 합심하면 충청대망론이 실현된다”고 주장해온 충청 출신의 정 원내대표가 사실상 반 총장에게 여권 대권레이스 참가를 부탁한 것으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 질문에 반 총장이 즉답을 피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자 다시 “귀국한다면 국민들께 크게 보고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충청의 옛맹주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친서’를 반 총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대화와 친서전달과정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런 행보를 하시겠느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반 총장은 우 원내대표의 이같은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웃기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2월 유엔사무총장에서 퇴임하는 반 총장의 귀국 시기도 여야 간 해석차를 낳았다. 우 원내대표가 먼저 “귀국은 언제 하느냐”고 묻자 반 총장은 “1월 중순 이전에는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반 총장이 1월에 귀국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권행보가 조기 가시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모든 말 한마디 한마디를 대권과 연결시키고 싶은 것은 기자들의 생각”이라며 “그렇게 생각할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반면 더민주 우 원내대표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우 원내대표는 “주변 분하고 (귀국시기를) 상의하지 않았겠는가 짐작하고 있다. 1월에 오시면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박 원내대표도 “정 원내대표가 세게 (대권경쟁 참여를) 권했더니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 하루라도 빨리 귀국하고 싶은 심경을 느꼈다”고 전했다

정 국회의장도 반총장과의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대권의 ‘대’ 자도 안나왔다. 그래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어 나름대로 뭔가 판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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