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뻔한데..'남장여자' 드라마, 이상하게 끌리네..

2016. 9.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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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김유정, 최연소 남장으로 인기몰이중
문근영·박민영 등 남장 했다하면 흥행불패
男주인공 감정 동요·다른 여성들의 구애 등
뻔한 공식 불구 반전 러브라인으로 재미더해
평론가 “남장여자, 남녀 억압관계 해소 역할”

이쯤하면 ‘흥행불패’다. 또 한 편의 남장여자 드라마가 등장했다. 로맨스의 묘미를 살리고 반전을 기약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역대 최연소 배우가 남장여자 캐릭터를 연기 중이다. 이제 열일곱 살이 된 김유정은 이 드라마에서 남장여자 내시로 궁중궁궐 로맨스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는 애초에 퓨전 로맨스 사극을 표방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윤 PD는 “남장여자는 많이 봐왔던 소재라 지금의 트렌드와 맞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다. 

‘남장여자’ 드라마에는 빠지지 않는‘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이 평이한 스토리를 극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존재함으로써 로맨스는 보다 다채로운 그림으로 연출된다. 사진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장여자를 연기중인 김유정. [사진=‘구르미 그린 달빛’ 공식홈페이지]

남장여자 드라마의 역사는 길다. 2007년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남장여자 드라마의 흥행을 알린 첫 작품으로 꼽힌다. 걸그룹 출신 윤은혜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진한 화장도 지운 채 미소년으로 변신했다. 완벽하게 고은찬 캐릭터에 이입했고, 드라마는 여전히 윤은혜의 ‘인생작’으로 남아있다. 드라마의 성적도 좋았다. 12.9%에서 출발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27.8%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남장여자’ 캐릭터의 흥행불패를 알린 신호탄이 됐다. 이후 박신혜가 SBS ‘미남이시네요’(2009)를 통해 정용화 이홍기 등 꽃미남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남장여자 역할을 소화했고, 설리가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를 통해 남장여자를 연기했다. 사극 속 남장여자 캐릭터의 성공은 문근영에서 시작한다. 문근영은 2008년 SBS ‘바람의 화원’을 통해 조선시대의 화가로 살기 위해 남장을 하는 신윤복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남장여자 연기를 통해 박신양(김홍도 역), 문채원(정향 역)과의 러브라인을 그리기도 했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가져올 수 있는 묘미를 극대화한 첫 사극으로 문근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그 해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배우 박민영에게도 잊지 못할 남장여자 캐릭터는 있다. 박민영은 KBS 2TV ‘성균관 스캔들’(2010)을 통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성균관 유생들과 부대끼며 생활했다.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이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예쁜 여배우 박민영은 남장여자로 섞이며 다양한 관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 청춘 로맨스 사극의 신(新)장르가 탄생하던 때였다. 특히 드라마에 출연한 주인공 4인방은 이 작품을 계기로 A급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장여자는 ‘출생의 비밀’처럼 하나의 드라마 코드로 자리잡았다. 보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장여자’ 드라마에는 빠지지 않는 ‘공식’들이 있다. 이 공식이 평이한 스토리를 극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존재함으로써 로맨스는 보다 다채로운 그림으로 연출된다.

남장여자인 여주인공은 정체가 발칵될까 노심초사하고, 그럼에도 진작에 정체를 알아차린 감 좋은 남자가 등장한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은 언제나 같은 감정의 동요를 겪는다.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음이 이끌려 혼란스러워 한다. 로맨스가 시작되고 사랑에 빠지는 지점에 ‘남장여자’는 장애이자 갈등 요소로 얽혀 ‘쫄깃한 러브라인’을 그린다. 이 공식은 그간 방송된 남장여자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대표적이다. 남자주인공 공유는 남장여자 윤은혜에게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데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이 희대의 명대사와 함께 나왔다.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 안 해. 가보자. 갈 데까지.” 결국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남녀 주인공은 잠깐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지만, 그 뒤에도 로맨스는 계속된다. “남장여자이기 때문에 같은 남녀 관계를 전복해 보여주는 행동들이 나오고,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고, 이후 여자로 돌아와도 사랑이 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 드라마를 복합적으로 만드는”(정덕현 평론가) 장치다.

거기에 ‘남장’이기 때문에 ‘여자’들의 구애를 받는 경우까지 등장한다. ‘바람의 화원’(SBS)에선 기녀 정향(문채원)이 모든 남자들의 구애를 받으면서도 마음을 열지 않다가, 남장여자 신윤복(문근영)에게 연정을 품었다. 삼각로맨스의 혁명이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PD는 “지금까지 방송됐던 모든 남장여자 드라마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남장여자의 존재가 순조로운 로맨스에 장애요소로 자리해 멜로라인을 복합적으로 만든다”라며 “뻔해 보일 수도 있지만 비밀이 탄로날까 조마조마하고, 후에 정체가 밝혀지며 반전을 맞는 과정이 재미를 안긴다”고 말했다.

비단 로맨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남장여자’ 코드가 특히 사극 속 단골이 된 데에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은 “사극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할 만큼 남자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뻔하지만 그 안에서 독특함을 줄 수 있는 요소로 남장여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봤다.

사극 속 남장여자의 원조 캐릭터였던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은 조선시대의 화가로 살기 위해 남장을 한 인물로 그려진다. ‘성균관 스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에서 김윤식도 생계를 위해 남장을 한 채 성균관에 입성했다. 시간을 뛰어넘어 찾아온 ‘구르미 그린 달빛’의 홍라온 역시 어린 시절부터 오갈 데 없이 자기몸을 건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생계를 꾸린 인물이다. 그러다 내시가 된다는 발칙한 설정에서 드라마는 출발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남장여자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사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배경이 과거인 탓에 지금과 달리 여성의 지위가 낮아 운신의 폭이 제한돼있다”라며 “남장여자 설정은 이 같은 관계와 지위를 뒤집어 보여준다. 남자의 옷을 입었기 때문에 대거리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억압된 시대상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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