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의 사랑, 돌이켜 보면 나를 성장시킨 소중한 시간

황수현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2016. 9. 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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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극적인 하룻밤

잊고 있었던 젊음의 시간을 만났다. 철없이 사랑하고 힘들어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나를 성장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젊음은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너무나 저돌적이어서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매력적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초연 이후 관객동원 28만이라는 숫자를 지니고 있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부문 당선작이기도 한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혜화동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7년 동안 짝사랑을 하고 있던 전 여자 친구의 결혼식에서 마음이 끌리는 여자를 만나지만,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한 정훈과 전세금까지 빼서 뒷바라지를 한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따듯하게 사랑해 줄 것 같은 남자를 만났지만, 다시 또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후의 이야기다.

상처받은 마음과 사랑이 두려운 마음이 만나 극적이고 화끈한 하룻밤을 지낸다. 7년간의 짝사랑은 환상 속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 정훈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 사랑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지니게 된 시후는 다시 사랑을 원하지만 스스로 다가갔던 정훈에게서 또 다른 상처를 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은 기억 때문에 일상에서 불편한 감정의 느낌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기억이 사라지면 사라진 기억 때문인 또 다른 불편을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의 기억이 아닌 아프고 쓸쓸했던 기억들 때문에 다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나야 하는 사랑의 상처와 두려움은 어른이 되어가는 필수적인 통과의례가 되어준다. 잊어야 하는 트라우마를 운명의 궤도에서 탈출시킬 때 온전하게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는 성숙함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젊음이 지닌 돌발적인 에너지와 천방지축의 행동이 때론 어이없고 염려스럽다. 황당해서 웃음도 나고 걱정스러웠지만, 그들은 연민과 집착으로 스스로 침몰하는 젊음이 아니었다. 젊음만이 지닐 수 있는 에너지로 하여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상처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내어 스스로 치유한다.

사랑의 상처는 상대방의 내면을 바라보고 더욱 깊게 아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상처 때문에 스스로 침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젊음의 열정이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하여 치유가 된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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