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오르한 파묵 "터키, 증오로 탄압하는 공포정치로 가고 있다"

정환보 기자 2016. 9. 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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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에르도안 정권에 날선 비판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64·사진)이 “터키가 공포정치 체제로 가고 있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을 성토했다.

파묵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1면 기고문에서 “터키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자유가 원천봉쇄 당한 상태”라면서 지난 7월 쿠데타 시도 사건 뒤 정부가 벌이고 있는 언론인·법관·학자 숙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에르도안 정권은) 가장 흉포한 증오심을 가지고 강력한 탄압을 하고 있다”면서 “사상의 자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빠른 속도로 법치국가로부터 멀어져 공포정치 체제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는 전날 언론인인 아흐멧 알탄과 경제학자인 메흐멧 알탄 형제를 체포, 구금했다. 파묵의 분노에 찬 기고는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다. 파묵은 에르도안의 권위주의를 소리 높여 비판한 대표적인 지식인이지만, 지난 7월15일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정부와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파묵은 “구금돼 있는 모든 지식인들을 가능한 한 빨리 석방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파묵이 기고문을 쓰게 만든 알탄 형제는 10일 당국에 체포된 이후 7·15 쿠데타 시도와 연계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일간 휘리예트는 알탄 형제가 쿠데타 전날인 7월14일 에르진칸TV 토크쇼에 출연해 했던 발언들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진칸 방송은 터키 정부가 쿠데타 배후 조종자로 지목한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귈렌에 호의적인 방송사로, 이미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소설 <내 이름은 빨강> 등으로 유명한 파묵은 터키인으로서는 처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인사다. 2005년에는 터키에서 금기시되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언급해 국가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7·15 쿠데타 이전에도 강압적인 통치 스타일을 보여온 에르도안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정권과 갈등을 빚어왔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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