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 핵실험 - 위기 대응]"불순세력 감시"..분열 부추기는 박 대통령
[경향신문] ㆍ안보 위기라며 정치 공세…“최고지도자답지 않다” 지적
ㆍ“김정은 정신 상태 통제불능”…감정적 대응에 불안 증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발언과 행보를 두고 ‘최고지도자답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국민 통합을 위한 소통과 설득보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반대 여론을 누르고, 야당을 향해 국정 협조만 압박하는 등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불안 조성자 감시” 등 권위주의 시절 있을 법한 위압적 언사로 불안을 증폭시키고 오히려 여론 균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밤 라오스에서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 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외적으로 광범위한 사드 반발을 대안 없는 정치공세로 못박고, 그만 덮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국민들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과거 공안정국에서나 사용하던 ‘불순세력’ ‘사회불안 조성자들’이라는 표현을 되살려낸 것으로, 향후 여권이 이런 논리로 비판 여론을 옭아맬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누구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대통령이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북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 “핵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 등 직설적으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자멸’ ‘체제 동요’ ‘심각한 균열’ 등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법과 대응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북 도발을 부각시켜 국민 불안만 키우는 것도 국정 최고책임자답지 않다.
박 대통령은 그간 “이해당사자 간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7월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7월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고 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 핵실험 등의 대응 과정을 보면 정부의 무능과 실책이 도드라진다.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11일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 징후에 대해 계속 주시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북핵 실험 당일 황교안 국무총리나 주무장관인 홍영표 통일부 장관 등의 동선을 보면 핵실험 여부를 당일까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핵실험 징후가 있었음에도 총리와 통일부 장관은 지방에, 합참 근무자 절반은 휴무 중에 긴급 복귀했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두 시간 지나 열렸다”며 “대통령께서는 사드 문제로 국론 분열하지 말라고 야당에 야단칠 게 아니라 정부 내 안보 기강을 바로 세우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지금은 정부·정치권이 북핵 해법 마련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때”라면서 “이런 때에 대통령께서 사드 배치 불순세력 운운하며 정치공세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하신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정보도 없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방향도 없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말하는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5차 핵실험 - 위기 대응]북 추가 도발?..'김정일 3·15지시' 데자뷔 주목
- [북한 5차 핵실험 - 위기 대응]박 대통령·여야 대표, 청와대 회동 전망
- [북한 5차 핵실험 - 추가 제재]해결책 안 보이는 "더 강력한 제재"
- [북한 5차 핵실험 - 섣부른 핵무장론]"북핵 해법, 정부는 행인 같다"
- [북한 5차 핵실험 - 추가 제재]"북한 붕괴론, 위험할 정도로 순진한 발상"
- “우산 씌워주기보다 함께 비 맞겠다” 최불암이 41년간 지킨 약속
- 민주 홍기원 “대통령 SNS 메시지 너무 많은 것은 문제…세부 사항은 참모·장관에 맡겨야”
- 인천공항 항공권 발권 시스템 ‘오류’···체크인 지연에 승객 ‘발동동’
- [속보]‘햄버거 회동’ 구삼회 등 내란 가담 군인 8명, 1심 무죄···법원 “국헌문란 목적 인정
- 대통령 후보 가족 관련 허위사실 공표한 언론인 벌금 5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