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박근혜 "구동화이" 시진핑 "음수사원"..'사드 대좌' 입장차 뚜렷
[경향신문]
중국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양국 간 갈등 현안으로 급부상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양측의 현격한 시각차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자위권적 조치”라고 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우리가 느끼는 위협 정도는 중국이 느끼는 위협 정도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방어적 조치임을 누차 설명한 것이다.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약속도 덧붙였다.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사드 배치가 지역안정을 해치고 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상대방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중·한관계가 안정적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함)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공동 이익을 추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함)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중국 측이 이해해 달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은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발표(7월8일) 후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양측 모두 해결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이 주최하는 다자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려 민감한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금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무엇을 갖고, 깊이 들어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가 필요없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 언급은 사실상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는 다른 북핵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시 주석은 ‘북핵 불용’ 등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중국이 북한의 체제붕괴까지 상정한 한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담이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서곡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이 문제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시 주석도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사드의 직접적 당사국으로 지칭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이라는 기존 인식을 드러낸 동시에 이 문제는 한국과 양자 간 논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갈등이 격화돼 한국이 미·일과 완전히 손잡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사드 배치가 최종 결정되는 순간까지 한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드에 대한 양국 인식 차이가 워낙 분명한 데다 사드 논란의 주요축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한·중관계가 두 정상의 이날 희망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항저우 |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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