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미국 경호팀 "관례 어긋난 의전"..중국 관리 "여긴 우리나라"
[경향신문] ㆍ양국 관계 곳곳 ‘삐거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평소 이용하던 비행기 앞문에 활주로로 내려갈 계단이 없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뒤쪽으로 이동해 가운데 문을 통해 내렸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당혹스러워하며 황급히 오바마 쪽으로 이동하려다 중국 관리들에게 제지당했다.
미국 기자들은 삼엄한 통제에 불평을 쏟아냈다. 미국 관리가 항의하자 중국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다”라고 윽박질렀다. 오바마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서도 백악관 비밀경호팀과 중국 관리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오바마는 이런 일들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진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의 중국 방문이 “험난하게 시작됐다(rocky start)”며 껄끄러운 양국관계를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양국 정상이 중·미관계와 공통 관심사인 세계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성실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고, 중국 언론들은 별다른 논평 없이 외교부 발표 내용만 소개했다.
양국은 3일 유엔에 파리 기후변화협정 비준서를 함께 제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1~2위인 두 나라의 비준으로 협정이 연내에 발효될 전망이 밝아졌다. 집권 8년차인 오바마에게 이번 G20 정상회의는 사실상 마지막 대형 외교무대다. 오바마는 미·중 협력으로 세계에 이로운 업적을 남겼음을 부각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하지만 좋은 평가는 여기까지다. 오바마의 대중국 정책, 아시아 정책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오바마가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 내 비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미국의 견제에도 점점 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캐나다마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AIIB 가입 신청을 했다. 오바마 재임 기간 중 남중국해 영유권 등의 문제를 놓고 중국의 일방적 행동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됐음에도 제재와 미사일방어 강화 등 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쇠퇴하는 강대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사이 힘의 이동이 오바마 재임 기간 중 심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 주석은 오바마와 만난 다음날인 4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중·러 양국의 “전방위적인 전략적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했고, “러시아는 G20의 중요한 회원국”이라며 G20 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러시아와 협력했음을 부각시켰다. 푸틴도 양국 간 “정치적 신뢰와 인민의 우호”를 강조했다. 미·중 회동 때의 냉랭한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항저우·워싱턴 | 박은경·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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