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태운 비행기 항저우에 도착했는데..트랩은 어디에?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2016. 9. 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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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평소 이용하던 비행기 앞문에 활주로로 내려갈 계단이 없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뒤쪽으로 이동해 가운데 문을 통해 내렸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위험한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취하는 입국 의전이라고 한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의 의전 변경에 당혹스러워 하며 황급히 오바마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다가 중국 관리들에게 제지 당했다. 오바마의 입국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비행기 근처로 모여들었던 미국 기자들도 중국 관리들의 삼엄한 통제를 받고 불평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 마크 랜들러 기자는 “지난 6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착륙 모습을 전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체험담을 전했다. 미국 관리들이 중국 측에 관례에 어긋난다고 항의하자 중국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다”라고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티격태격한 미·중의 모습은 지구 어디를 가도 취재 활동에 제약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미국 언론의 너스레로만 보기는 어렵다.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그들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의전의 문제를 뛰어넘는 미·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장면을 전하며 오바마의 중국 방문이 “험난하게 시작했다(rocky start)”며 이는 현재의 껄끄러운 관계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파리 기후변화 협정 비준서를 함께 제출했다. 배출량 1~2위로 배출량 합계 38%에 달하는 중국과 미국의 비준은 이 협정의 연내 발효 전망을 높여줬다. 오바마는 임기 중 마지막 중국 방문을 통해 미·중의 협력 관계로 전세계에 이로운 업적을 남겼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어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고, 중국을 동참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평가는 여기까지다. 미국 내에서 오바마의 대중국 정책 나아가 아시아 정책 전반이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오바마가 중국이 세계 경제의 규범을 쓰는 것을 막겠다며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국 내 비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TPP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다,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이번 회기 내 TPP 비준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이클 오슬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오바마의 TPP 실패는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 추락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의 만류로 끝까지 의리를 지키던 캐나다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AIIB에 가입 신청을 함으로써 미국은 이 문제에서 외톨이가 됐다.

오바마는 스스로 “미국의 첫 태평양 대통령”으로 칭하면서 적어도 레토릭상으로 아시아 지역을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올렸지만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얼마나 뒷받침됐는지는 의문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남중국해 영유권 등의 문제를 놓고 중국의 일방적 행동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군함, 전투기를 보내 항행의 자유를 행사하며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변국들의 우려를 씻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됐음에도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점 역시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오바마는 국제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북한 문제에서 수동적인 대응만 거듭했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미·중의 대북 정책 협조도 한층 어려워졌다.

긍정적 평가도 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동, 유럽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아시아만큼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곳은 없다”며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을 현상유지와 갈등 관리의 측면에서 좋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오바마의 G20 의전 논란이 쇠퇴하는 초강대국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 사이의 세력 전이가 지난 8년간 더 심화됐다는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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