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개회사 적절했나..전문가들 "논란 자초 여지"

(서울=뉴스1) 김현 기자,이정우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2일에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린 정기국회의 첫날인 전날(1일) 개회사를 통해 "국회의장은 영어로 '스피커'(speaker)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 쓴소리 좀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민감한 현안을 꺼냈다.
정 의장은 우 수석에 대해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사실상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주장했다.
정 의장은 사드 배치에 대해선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국회의장이 여야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돼 있을 만큼 '중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정 의장의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씀을 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은 판사나 야구심판보다 100배 이상의 중립성을 요구받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정치적으로는 중립이어야 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중립일 필요는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정 의장이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 시절이었던 2008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출신의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당시 정 의장이 했던 말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우리가 지금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역지사지해서 정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2008년 민주당 대표 재임 당시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중립으로 운영하는 게 옳다. 김 의장을 보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장으로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장은 대한민국의 의장이지 한나라당 의장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1일)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개회사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얘기가 아니냐. 최근 일어난 국정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고언을 드린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일어나서 그냥 의사 방망이만 두드리는 기계가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엑설런트', 최고의 개회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정 의장 개회사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선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 수석이나 공수처 문제는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사드 발언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우리의 외교력을 축소시키고 상대국가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소지를 만든 것으로, 굉장히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 의장은 '국민 의견을 대변했다'고 하는데, 사드 문제에 대해 정 의장과 다르게 생각하는 국민은 정 의장에게 국민이 아닌 것이냐. 국회의장으로서 편협한 사고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선 자기 편에서부터 멀어지는 게 첫 걸음"이라고 전제한 뒤 "정 의장의 발언이 국민적 정서에 맞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장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인데, 외국에서 보면 '국회의장까지 사드를 반대한다'는 식의 상황으로 나갈 수 있다. 하물며 야당 내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해선 얘기할 여지가 있겠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gayun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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