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살인 피의자 혐의 부인..유족 "어쩜 저렇게 뻔뻔한지"(종합)

(광주=뉴스1) 윤용민 기자 = 31일 오전 10시4분.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고인 무기수 김모씨(39)가 광주지법 302호 법정에 들어섰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재판부를 향해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발걸음은 당당했다. 특별한 불안함과 긴장감은 보이지 않고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나주판 '살인의 추억' 드들강 살인사건의 피고가 15년만에 법정에 앉은 순간이다.
김씨는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에 대한 재판장의 물음에 답한 뒤,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피해자 박모양(당시 17세)의 어머니 최모씨(59)와 여동생(31)도 법정을 찾았다.
김씨는 재판 전 뉴스1과 만나 "나를 보면 차마 (김씨가) 혐의를 부인하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말하며 박양이 범행을 당한 과정을 설명하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여동생의 시선은 김씨에게 꽂혀 있었다.
김씨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DNA가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 성관계를 했는지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의 변호인도 "기본적으로 범행 동기가 없기 때문에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한다"고 부연했다.
그 순간 여동생 박씨는 "진짜 어이없네. 저 XX는 진짜 사람도 아니다"라고 혼자말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검찰이 김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가져온 자료는 책상 위에 50cm 넘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재판장은 일부 증거목록들을 기각하며, 범죄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자료만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의 혐의를 놓고 검찰과 김씨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재판부 역시 증거 목록 채택에 다소 엄격한 입장을 보이면서 유죄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재판장이 "사건 당일 둘이 만났다는 증거가 있느냐. 채팅을 한 기록이 있는가"라고 묻자 공판검사는 "정황상 추정만 할 뿐이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재판부에서 증거목록을 기각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변호인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어머니는 재판 후 "예상은 어느정도 했지만 저렇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김씨의 얼굴만 쳐다봤는데 너무 당당한 표정에 놀랐다"며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판사가 증거목록을 기각할 때 고개를 끄덕이던데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너무 화가 났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말 끝까지 한번 지켜보겠다. 우리 언니의 한을 이번에는 꼭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새벽께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광주 모 여고에 다니던 박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가 지난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김씨의 DNA가 나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김씨는 지난 2004년 강도살인죄로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복역 중인 무기수다.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 2014년 10월 무혐의 처분됐다가, 검·경의 재수사로 지난 5일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이 적용된 첫 사례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9월 19일이다.
sal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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