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종영②] 윤계상 "god를 어떻게 넘나요..지금의 위치와 수준을 잘 알기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민그룹 지오디(god) 출신. 그룹 활동이 ‘잠정적 휴식’에 들어간 이후 윤계상은 12년간 연기를 했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가 출발이었다. “5년쯤 전엔 지오디를 넘으려 부단히 애썼어요.” 차승원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최고의 사랑’(MBC)을 찍었던 때다. “열심히 하면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god를 어떻게 넘겠어요. 평생 넘을 수 없어요.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오죠. god 그늘도, 그 출신도 부담스럽진 않아요.”

천천히 12년간 연기에 매진했다. 최근 종영한 tvN ‘굿와이프’에서 전도연 유지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배우 유지태는 윤계상에 대해 “계속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가 인정하는 배우가 됐다.
윤계상은 ‘굿와이프’에서 이중성을 지닌 변호사 서중원을 연기했다. 드라마가 그려가는 서중원이라는 인물은 독특했다. ‘돈 되는’ 사건이라면 뭐든지 맡고 보는 속물이었다. 승소를 위해선 약간의 불법도 넘나들었다. 모두가 ‘나쁜 놈’이라고 말하지만, 윤계상의 연기를 통해 서중원의 나쁜 모습이 그려지진 않았다.
“드라마 초반 캐릭터를 잡기가 힘들었어요. 설정이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제 연기를 통해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기 보단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비춰졌거든요.”
윤계상이 집중한 것은 김혜경(전도연)을 통한 서중원 캐릭터의 ‘변화’였다. 윤계상이 연기하며 서중원 캐릭터는 원작보다 더 선한 이미지가 부각됐다. 원작에선 죽고 마는 캐릭터였지만, 리메이크 버전에선 끝끝내 살아남았다. 인물의 변화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님이 배역 설정을 그 때 그 때 잘해주셨어요. 대본에서의 자기 영역은 알아서 바꿀 수 있도록 열어주셨죠.” 이태준 역시 유지태가 연기한 것처럼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태 형이 ‘쓰랑꾼’으로 바꾼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서중원의 김혜경화, 서중원의 성장이 제가 보여주려 선택한 포인트였거든요.”

한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연기신(神)들의 활약을 보며 “서중원의 이중성이나 욕망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윤계상의 선택은 “대본이 가진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 “조력자로의 역할에 충실한다”는 것. 결과가 좋았다. 윤계상을 그토록 따라다녔다는 국민그룹의 그림자가 더이상 무겁지 않다
“이 작품이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죠. 근데 그건 다음 작품까지 잘 돼야 터닝포인트인거잖아요. (웃음) 흥행을 목표로 두진 않아요. 지금의 제 위치와 수준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급하게 가지 않고, 천천히 가려고 해요. 배우는 쌓아지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윤계상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데뷔작을 시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오가며 배우로의 길을 다졌다. “제 필모그래피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무시해요. 특히 작품성은 정말 자부해요. 확고한 수집가처럼 자기만의 돌을 만들 듯이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후에라도 분명히 재평가받을 거라 생각해요.”
윤계상은 배우에게 필모그래피는 “스스로의 결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한 작품,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는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검경 세력의 사건 은폐를 다룬 ‘소수의견’의 국선변호사, 12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도를 마주한 교도소의 일사을 다룬 ‘집행자’의 교도관을 연기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개봉을 앞둔 ‘죽여주는 여자’에선 장애를 가진 성인 피규어 작가를 연기한다.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들어와요. 그걸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부담스러울텐데…죄송해요’ 그러면서도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배우가 극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최고의 사치죠.” 물론 스스로도 “먹고 살아야 하니” 모든 작품을 “이렇게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손사레를 친다. 그래서인지 균형을 맞췄다. TV에서의 윤계상은 ‘로코’는 물론 시트콤까지 출연했다.
그간의 작품들이 시험대에 오를 때마다, 윤계상이 배우로서 혹평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미 12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대중은 늘 혹평을 받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죠. 이것만 지나면 배우로 봐주겠지, 이것만 지나면 배우로 봐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이 온거죠.”

지금 윤계상은 천천히 먼 길을 보고 있다. 어차피 “연기 말고는 잘 하고 싶은 것도, 재밌는 것도 없다”고 한다. 기르는 강아지 두 마리 외에는. “결국엔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확고한 연기세계가 있고, 대중이 믿고 싶은,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요. 저 배우가 왜 저걸 선택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요.”
드라마를 끝낸 윤계상은 당분간 운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어깨를 키운 유지태와의 ‘투샷’ 때문이다. “피지컬에 눌려본 적은 처음이라…(웃음) 몸을 다시 만드려고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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