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트레이닝의 정착을 꿈 꾼다" 박대남·박찬성

[점프볼=곽현 기자] 기술 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최근 농구계에 스킬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프로선수부터 아마추어선수, 혹은 팀 단위로 스킬트레이닝을 받으며 개인기술 발전을 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프로선수들이 스킬트레이닝을 받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단순히 팀 훈련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훈련을 통해 기술 발전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선수들을 가르치는 스킬트레이너들이 있다. 바로 스킬팩토리(SKill Factory) 소속의 박대남(30)트레이너와 박찬성(28)트레이너다.
프로농구 팬들이라면 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삼성, SK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2012년 은퇴했다. 오리온에서 뛴 박찬성 트레이너는 2010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선발된 유망주였으나, 부상으로 2015년 일찍 은퇴를 했다. 둘은 현재 스킬트레이너로서 제 2의 농구인생을 살고 있다.
▲여자농구 유망주들과의 만남
스킬팩토리를 창립한 박대남 트레이너는 프로 및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런 그들은 지난 21일부터 강원도 속초에서 열리고 있는 2016 W캠프의 메인코치로 아이들의 지도를 맡고 있다.
매년 개최되고 있는 W캠프는 그 동안 여자농구 감독, 코치 출신 지도자들이 지도를 맡아왔다. 한데 올 해는 스킬 전문 트레이너인 이들에게 지도를 맡겼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프로팀에서 지도를 해본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W캠프는 선수들의 기본기를 가르쳐주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스킬트레이너들이 가장 이상적인 코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국내 스킬트레이너가 연맹에서 코칭을 한 게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일회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중등부 선수들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 트레이너의 시범을 보고 선수들이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코치로 참가한 유영주 前KDB생명 코치는 “스킬트레이닝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다. 화려한 것만 치중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는데, 두 코치는 농구에 꼭 필요한 동작을 가르친다. 나도 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성 트레이너는 “대남이 형이 스킬트레이닝을 처음 시작하고 엄청 고생을 했다. 주위 눈치를 보면서 가르쳤는데, 열심히 노력한 걸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스킬트레이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2014년이다. 초창기 스킬트레이닝이 알려졌을 때 농구계에 불편한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스킬트레이닝은 일종의 ‘과외’다. 학교 지도자들 중에선 다른 사람에게 농구를 배운다는 사실을 안 좋게 보는 이들이 많았다.
“처음 시작했을 땐 죄인 같았다. 농구장에 가면 ‘재 뭐야’라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농구인들이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다.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박대남 트레이너의 말이다.
유영주 코치의 말대로 스킬트레이닝은 화려하다는 편견도 가지고 있다.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한국농구와는 맞지 않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이었다.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다.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려고 한다. 화려한 것도 기본이 돼야 한다. 기본을 할 줄 알면 화려한 기술은 스스로도 터득할 수 있다.” 박찬성 트레이너의 말이다.

▲스킬트레이너로서 인정받기
최근 스킬트레이닝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농구 특성상 한 두 명의 코치가 모든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줄 수 없다. 이들의 집중트레이닝을 원하는 선수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두 트레이너는 이러한 자신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직업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점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자부심이 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소한 부분도 있는데, 평생 해온 농구를 직업으로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 책임감, 의무감도 든다. 선수들에게는 트레이너이자 농구 선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선수가 갖고 있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의 고충도 알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농구인생에 있어 전체적인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되려고 한다.” 박대남
두 트레이너 모두 엘리트 선수로서 학원스포츠를 경험했고, 프로선수로도 뛰었다. 학생선수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이다.
“대학 진학에 대한 부분도 상담해주고 있다. 선수 때 느꼈던 성취감 못지않게 가르치면서도 희열을 느낀다. 매일 매일이 새롭다. 트레이너로서 매일 공부를 해야 한다. 새로운 트레이닝법이 있으면 직접 해보기도 한다. 우리가 할 줄 알아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때보다 농구도 더 많이 본다.” 박찬성
스킬트레이너로서의 시작은 그들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다고 한다.
“벽을 부수는 것에 대한 재미가 들렸다. 선수들마저도 불필요하다고 느꼈던 스킬트레이닝이 이제 많은 이들이 필요한 것이 됐다. 그런 것에 희열을 느낀다. 난 처음 시작할 때 벤치마킹할 데가 없었다. 지금 우리 같은 곳이 또 생기는데, 3년 전에 우리가 했던 걸 하고 있다. 이제 경쟁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우리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대남

▲프로선수들의 도우미
그들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프로선수들의 숫자가 상당수 된다. 김선형, 김종규, 이정현, 박찬희, 최진수, 박래훈 등 국가대표부터 프로 주전급 선수들까지 있다. 프로선수들도 찾을 만큼 그들의 트레이닝은 인기가 많다.
“네가 뭔데 김선형을 가르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선수들을 가르친다기보다는 트레이닝 파트너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르브론 제임스 같은 최고의 선수들도 스킬트레이너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 프로선수들은 팀 훈련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개인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선수들마다 필요한 부분을 잡아서 커리큘럼을 짜준다. 돌파가 좋은 선수라면 스톱점프슛 연습을 시킨다든지 말이다. 예를 들어 슈팅 연습을 하는데,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집중을 해서 슛에만 몰두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연습을 하면 슛 던지고 공 주우러 갔다 와야 하고, 체력소모가 더 크다.” 박대남
그렇다면 각 포지션에 맞는 트레이닝은 어떻게 이뤄질까. 예를 들어 센터의 트레이닝 말이다. 두 트레이너 모두 가드 출신이 아닌가.
“센터는 센터 출신이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센터가 가드의 움직임으로 한다면 얼마나 위력적이겠는가. 연구를 많이 한다. 가드들도 빅맨 트레이닝을 시킨다. 빅맨은 스텝을 잘 놓는 부분, 또 볼 키핑을 하는 부분을 많이 신경 써서 가르친다.”
현재 스킬팩토리에서 지도를 받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숫자는 대략 6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경복고 소속으로 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한 양재민도 스킬팩토리 선수 중 한 명이다. 프로 선수들은 15명가량이 비시즌 트레이닝을 받았다.
▲한국농구에 바란다
두 트레이너의 인연도 참 재밌었다. 2살 터울인 둘은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본 인연이 있다고 한다.
“1학년 때 농구를 곧잘 했다. 선배들 만나도 자신 있게 했었는데, (박)대남이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로운 스타일로 농구를 한다고 느꼈다. 그 때부터 대남이형을 졸졸 쫓아다녔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대학교 1학년 때 농구를 그만둔 적이 있다. 방황을 하던 시기에 다시 농구공을 잡게 한 게 바로 박찬성 트레이너였다고 한다.
“부산에서 열심히 놀 때인데, 하루는 집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점프볼 잡지를 건네며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거기에 찬성이 인터뷰가 있었는데, 다른 선수들은 존경하는 선수에 이상민, 서장훈 등이 쓰여 있었다. 근데 얘만 ‘지금은 농구를 하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대남이형’이라고 쓴 거였다. 그걸 보고 다시 농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박대남의 인생을 바꿔준 사건이었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스킬트레이닝에 인생을 걸고 있는 사이가 됐다.

“스킬트레이닝에 대한 편견이 있다. 화려하기 때문에 한국과는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우는 건 외국인코치한테 배워야 한다고들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린 벤치마킹할 때가 없다. 국내업체 껀 쳐다보지도 않는다. 외국의 영상은 본다. 근데 좀 과한 부분이 있다. 한국농구에 맞게 하려면 좀 바꿔야 한다. 둘이 공부를 많이 한다.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인지 보고 둘이 따라해 본다. 외국 걸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 한국스타일과 미국스타일의 접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선수들이 원하는 건 KBL, WKBL이기 때문이다.” 박대남
스킬트레이너로서 한국농구에 바라는 점도 있었다. 박찬성 트레이너는 “한국농구가 재밌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신체조건은 외국을 못 따라가지만 기술은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스킬트레이닝 문화가 확실히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가 형성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농구인이라고 생각한다. 엘리트선수 코스를 밟아왔다. 스킬트레이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인정 못 받는 부분이 있는데, 좀 아쉽다.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부분에 있어 존중을 받고 싶다.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인생을 올인 하고 있다.”
스킬트레이닝은 선수들의 기술 발전은 물론, 지도자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농구의 발전이다. 이들의 노력이 스킬트레이닝 문화 정착과 한국농구의 혁신에 힘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 - 곽현 기자, WKBL 제공
2016-08-28 곽현(rocker@jumpball.co.kr)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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