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달빛궁궐'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와 가능성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10여년 전 창덕궁 개봉날 우연히 그곳에 갔다가 그 아름다운 경관에 반했고, 실제 왕실가족이 살았던 곳임을 기안해 '만약 궁궐이 아직 존재한다면'이란 발상에서 시작된 감독의 환상은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궁궐 판타지 어드벤처 '달빛궁궐'(감독 김현주·제작 스튜디오홀호리)은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애니메이션이다.
시간을 움직이는 자격루에서 궁궐을 지키는 십이지신 중 가장 앞선 쥐 다람이는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고,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창덕궁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에서 보잘것없는 나무 역할을 맡아 의기소침해진 부끄럼많고 존재감 없는 13세 소녀 현주리가, 다람이로 인해 지각 변동이 일어난 환상의 세계 '달빛궁궐'로 들어가게 된 것. 그곳에서 매화 부인의 계략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지만 소년 무사 원의 도움을 받아 달빛 세계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펼친다.
극의 주무대가 궁궐인만큼 애니메이션 속 웅장하고 화려한 규모의 궁궐 곳곳은 사실감을 더하며 압도적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는 수년간의 고증과 실제 현장 답사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밀하게 재현해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연필로 스케치 후 스캔 작업을 거쳐 채색 등 수작업을 한 뒤 다시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창덕궁은 물론 사대문, 인정전, 부용지, 낙선재 등 실제 장소들의 건축, 복식 등은 실사라고 해도 믿을만큼 깊이있게 구현됐다.
특히 영화의 핵심 소재인 자격루의 경우 실제 국립 고궁박물관 지하의 자격루 소리를 직접 녹음해 영화에 담아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일본 애니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고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동차 시동 소리, 브레이크 소리, 군중 발소리, 물소리 하나하나까지 직접 실제 소리를 구현해내기에 아무리 판타지적인 영상과 극의 흐름에도 사실감이란 무게를 잡을 수 있는 것.
'달빛궁궐'은 일본식, 미국식 애니메이션이란 잣대를 깨기 위해 한복 매무새도 직접 만들기를 배우며 표현했고, 애니메이션임에도 안무가와 무술감독의 지도를 받아 한국식 사극 무술동작, 한국식 음악과 무용 등을 구사해 신명나는 신들을 그려냈다.

이렇게 완성된 까닭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험이 도사리고 있는 궁궐 배경만큼은 흠잡을 데 없다. 다양한 모습의 정령들과 요망스러운 원귀들 같은 다채로운 캐릭터도 판타지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질적인 한국 애니메이션의 열악함이 전반을 지배해 안타까움을 준다. 배경에 공을 들인 까닭인지 캐릭터 작화는 갈수록 엉성해지고, 움직임도 매끄럽지 못하다. 곳곳에서 투박한 움직임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며 몰입도를 방해한다.
분명 배경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발달이 확연히 보임에도 이처럼 인물 작화에서 허점이 드러나는 건, 결국 기술력 아닌 자본의 문제일 터. 그나마 이를 만회하려면 스토리의 힘을 빌려야 할텐데, '달빛궁궐'은 극명히 아이들을 겨냥한 키드 무비라 유치한 구석이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요와 시장 확산을 위해선, 한정된 관객 층을 겨냥하는데 만족하기보단 관객 층위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감독은 아이들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고 그것이 '달빛궁궐'만의 차별성이라고 했다. 그 안에서 부모가 자연스럽게 아이를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같은 교육적 효과로서만 본다면 세상 그 무엇도 가치 없는 일은 없음을 알리는 교훈적 메시지와, 우리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9월 7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달빛궁궐'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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