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널' 하정우 "먹방 비결? 음식이 따뜻해야"

현화영 2016. 8.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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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충무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하정우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언제 터널이 무너져내릴지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안겨다주는 그의 연기에 많은 관객들이 응답했다.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두 번째 재난물. 하정우는 '왜 또 그여야만 했는지' 입증해내며 올여름 한국영화 대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과 돈독해진 친분을 자랑하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화제가 된 견공 '탱이'와의 먹방 대결신에 대해서는 '사료의 맛'과 '먹는 노하우'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먹방스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다음은 하정우와 나눈 일문일답.(스포일러 있음)

-'터널'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 이 영화는 영화 시작 단 5분 만에 주인공이 터널에 갇히고 나머지 1시간 50여분을 어떻게 끌고가느냐의 싸움과도 같았어요. '정수'가 터널 안에서 내내 실의에 빠져 있고 아프기만 했다면 아마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다행히 여러 터닝포인트가 있었고, 이야기 전개가 무척 흥미로웠죠. 재난물이지만 장르를 벗어난 여러 결들이 살아 있어서 좋았어요. 아무리 사람이 코너에 몰리고 힘들어도 그 안에 희로애락이 있을 거다, 쉬어 갈 포인트는 분명히 존재할 거다 믿었죠. 시나리오가 단편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김성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 '끝까지 간다'란 영화에서 시체안치실 시퀀스를 보며 감명 받았고, '암살' 촬영 후 하와이에 휴가 차 갔다가 입국심사 때 감독님을 처음 만났어요. 그러다 '터널'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감독님 좀 제대로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김성훈 감독님과는 유머코드나 취향, 입맛마저 대부분 일치했어요. 첫 만남도 신기했고, 서로 잘 맞아서 3박4일 여행도 함께 다녀왔죠. 영화란 명분으로 맞아서 이런 저런 대화 나누면서 정말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기하게 제 본명도 김성훈이죠.(웃음)"

-'더 테러 라이브' 이후 두 번째 재난물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 재난영화를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부담감이 없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오달수씨와 배두나씨가 함께 밸런스를 맞춰줘서 그런 걱정이나 부담감은 덜했죠. 전 터널 안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밖에 있는 분들의 고충도 엄청났다고 들었어요. 감정적인 소비가 많았고, 밖은 또 너무 추웠거든요. 전 정수의 생존기에 집중해서 뭔가 아이러니하고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터널 내부 정수의 생존기에서 특별히 신경쓴 부분은?

▲ 미술 소품에 굉장히 집착한 영화였어요. 차 안에 어떤 물건들이 있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거든요. 애초 시나리오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온갖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었죠. 워셔액으로 카시트를 닦는 장면은 제가 직접 제안했어요. 뭔가 그런 상황에서도 정수라면 차 안을 닦고 정리하려고 애썼을 것 같았어요. 히든 캐릭터인 민아(남지현)와 탱이를 만나는 신에서도 최대한 릴렉스한 톤으로 가자고 했죠. 당시 구조대장(오달수)이 일주일 후면 데리러 온다고 했거든요. 아무튼 현장에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고 애썼어요.

-역할상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였는데.

▲ 물론 체중감량을 했어요. 영양사랑 체계적으로 계획해서 다이어트를 했는데, 영화를 보니 표시가 잘 나지 않더라고. 저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부기가 안 빠져서 그런 것 같아요. 살 빠진 게 오롯이 표현이 안 돼서 그 부분은 참 안타까워요.(웃음)

-마지막 구출장면에서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 '아 드디어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죠. 참 오랜만의 야외촬영이었거든요. 네 장정이 저를 실은 들것을 들고 나오는데 혹시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편인데 굉장히 두려웠죠. 너무 불안했고, 헬기 장면도 끔찍했어요. 감독님이 우리를 헬기에 진짜 태운 거예요. 저는 싫었는데 두나씨가 "감독님 저 할게요"라고 하는 바람에.(웃음) 그거 타고 공중을 한 10바퀴 도는데 죽겠더라니까요. 겁이 좀 많긴 한데, 결국은 다 해냈다는 게 중요하죠.

-이번 먹방 연기는 '개 사료'다. 깜짝 놀랐다.

▲ 우선 개 사료는 먹기에 뻑뻑하고 간이 전혀 안 돼 있어요. 개 사료도 사람이 먹는 것과 다르지 않고 똑같은데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았다는 게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먹었을 때는 밀가루 뭉쳐놓은 맛이랄까. 계속 먹을 건 아니었죠.

-배우로서 먹방에 대한 이미지 고착을 걱정한 적은 없나.

▲ 처음엔 너무 많은 이슈가 돼다 보니 걱정을 좀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인데 제가 먹는 장면만 '움짤'로 돌아다니지 않나. 감독님이나 제작진에게 폐가 되지 않을지 혼자 걱정했죠. 영화의 본질이 방해 받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직까지 만나본 감독님들은 대부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가씨'에서도 복숭아 먹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박찬욱 감독님이 좋아하셨어요. 촬영할 때 잘못하면 작품에 피해가 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촬영 중인 '신과 함께'에도 장례식장에서 육개장 먹는 신이 나오죠.

-먹방 연기 비결이 있다면.

▲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왜 그럴까. 왜 화제가 됐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저는 먹던 걸 뱉지 않고 그냥 다 먹는다는 점이에요. 대부분 배우들은 입에서 오물거리다가 '컷' 소리가 나면 뱉거든요. 그런데 저는 대부분 다 먹어요. 음식에 대해 따로 주문하는 건 없어요. 다만 "뜨거운 음식을 가져와달라"고 하죠. 제가 진짜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요. 이제는 촬영 전 스태프들이 와서 묻곤 해요. "뭐 먹고 싶냐"고. 아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는지.(웃음)

-하정우의 티켓 파워는 대단한데, 실제 흥행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 흥행 욕심은 늘 있어요. 이번 작품은 그보다 더 김성훈 감독님의 인간적 매력에 푹 빠졌죠. 저도 영화 연출을 해봤지만 연출자가 어떤 삶의 경험과 깨달음을 얻어야 '터널' 같은 작품을 만드는지 오롯이 체험한 기회였어요. 제가 주연배우로서 감독님께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한 시간이었고요. 연기 외적인 조언도 드려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려고 노력했어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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