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금산·장수·함양..열대야 하루도 없었던 '명당' 수두룩
대관령, 태백, 인제, 정선, 거창, 봉화 등 전국 곳곳에 산재
공식 기상 관측 19곳 '열대야 무풍지대'…제주 40일·서울 33일과 대조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충북 제천은 한겨울 추위가 매섭기로 '악명'이 높다.
박달재와 다릿재를 사이에 둔 충주 등 인접 지역보다 보통 2∼3도 낮고, 심할 땐 5∼6도 차이가 난다. 충청도가 아니라 강원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하다.
충주에서 제천으로 출근하는 박모(48) 씨는 "겨울에 출근하다 보면 제천으로 넘어오면서 자동차 외부 온도계 숫자가 뚝뚝 떨어진다"며 "바로 이웃 지역의 날씨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기후를 지닌 제천이 기록적 폭염이 전국을 휩쓴 올여름엔 반대로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잠 못 드는 밤' 열대야가 여름 내내 단 하루도 없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열대야가 없었던 곳은 제천만이 아니다.
기상청 기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 전국의 적지 않은 지역에서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가 한 차례도 없었던 지역은 기상청의 95개 공식 관측 지점 중에서만 19곳에 달했다. 580여 개에 달하는 무인 자동관측기(AWS) 측정지역까지 합하면 열대야 미발생 지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관령, 태백 등 고지대인 강원도의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충북만 해도 열대야가 없었던 지역이 제천 말고 3곳이나 더 있다. 음성, 괴산, 보은 모두 올 여름 열대야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대가 높고 녹지와 산악지역이 많은 곳은 해가 지면 기온이 크게 떨어져 일교차가 크다"며 "규모가 큰 도시 지역보다 열섬 효과도 훨씬 덜해 열대야 발생 빈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제천이 그런 경우다. 고도를 보면 기상관측기 설치 지점을 기준으로 청주가 57m, 충주 115m인 데 비해 제천은 264m다.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은 평균 0.65도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천이나 인근 영월 같은 석회암 지대는 지형적 특성으로 복사냉각(輻射冷却)도 활발히 일어나 기온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영월도 올여름 열대야가 없었다. 강원도에서는 영월과 함께 대관령, 태백, 인제, 정선 등도 열대야에 시달리지 않았다.
대관령과 태백은 7∼8월 평균 기온이 20도를 밑돌아 '명불허전'이란 말을 실감케 했다.
특히 대관령은 차원이 달랐다. 두 달을 통틀어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은 날이 7일밖에 안 됐다. 7월 22일 최저기온은 10.6도까지 곤두박질해 서늘함을 넘어 한기마저 느껴야 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충남 금산과 전북 임실, 장수, 순창 등에서도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북에서는 봉화, 영주, 문경, 의성, 청송 등이, 경남에서는 거창, 함양 등이 열대야가 하루도 없었다.
여름내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열대야 발생 현황을 보면 이들 지역이 얼마나 '복 받은' 곳인지 더 확연해진다.
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10.6일이다. 대다수 지역에서 적어도 열흘 이상 열대야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서울의 열대야는 지난 24일까지 모두 33일이나 이어졌다. 7월 22일부터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7월 29일과 8월 3일 단 이틀뿐이었다.
서울은 이달 평균 최고기온이 34.4도로, 기상 관측 이래 108년 만에 가장 뜨거운 8월로 기록됐다.
인천, 목포, 여수, 서귀포에서도 30일 이상 열대야가 나타났고, 제주의 열대야 일수는 무려 40일에 달했다.
울릉도에서도 7월 3차례, 8월 2차례 등 5번의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같은 최악의 폭염 속에서도 열대야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기상청도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폭염이 워낙 심해 열대야가 없었던 지역은 거의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며 "이렇게 많은 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았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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