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서 200만년전 초신성 폭발 흔적 발견
지구 생명체는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등의 원소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은 `원소를 골라 뒤섞은 혼합물`이다. 주로 가벼운 원소인 수소로 구성돼 있지만 마그네슘, 철, 코발트 같은 무거운 원소도 적지 않다. 이런 원소가 모여 피부와 장기를 이루고, 뇌 신경세포를 형성한다.
원소는 우주 탄생 기원인 `빅뱅`(Big Bang)에서 시작됐다. 빅뱅은 수소, 헬륨, 리튬의 3가지 원소을 만들어냈다. 나머지 원소는 빅뱅 이후 만들어진 별이 최후를 맞는 초신성(Supernova)폭발 과정에서 생성됐다.
별이 수소 핵융합으로 헬륨 덩어리로 바뀌면 초고온 중심부에서 다시 헬륨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수소가 헬륨으로 변했듯이 헬륨보다 더 무겁고 복잡한 원소가 하나씩 만들어진다. 중심 온도가 수억℃정도가 되면 헬륨이 탄소를 낳고 탄소가 네온을 낳으며, 10억℃가 넘어가면서 네온에서 산소, 산소에서 규소가 생겨난다. 마지막 단계인 원자번호 26번인 철에 이르기 위해서는 30억℃의 열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중금속이라고 부르는 철보다 원자핵이 더 많은 원소, 즉 구리와 납, 니켈, 금, 은, 우라늄 등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이런 물질은 별이 죽으면서 생겨난다. 죽음이 임박하면 별은 초신성으로 폭발하는데 이 순간 엄청난 열과 압력이 발생하면서 철을 넘어서는 물질이 생긴다. 이어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폭발로 인해 우주공간으로 산산이 뿌려져 우주 먼지가 된다. 모든 생명체는 초신성 폭발의 흔적 조각을 품고 있는 셈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최근 해저에 퇴적하는 미생물 화석에서 옛날에 태양계 근처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다와 호수 등에 녹아든 철분을 체내에 흡수해 지자기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자성박테리아(Macgetotactic Bacteria) 화석에서 초신성 폭발 흔적인 `철-60(60 Fe)` 동위원소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자성박테리아는 수십 나노미터(㎚) 크기 자철광 결정을 체내에 10개 안팎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일렬로 막대 자석처럼 구성해 지자기를 감지한다. 연구팀은 태고부터 존재하는 자성 박테리아 화석을 살펴보면 특정 시기 지구에 도착한 초신성 폭발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철-60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만 발생하기 때문에 지구에선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지구에서 발견되는 철-60은 지난 수백만년 동안 태양계 주변에서 폭발했던 초신성 흔적일 수 밖에 없다.
연구팀은 태평양 해저에서 약 330만~170만년전 퇴적층을 찾고 자성박테리아를 포함한 자석 화석을 발굴했다. 그리고 화석 시료를 가속 질량분석기에 넣어 자성박테리아 화석에서 철-60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철-60이 270만년 전부터 지구에 축적되어 220만년전을 정점으로 170만년전 무렵까지 지구에 쏟아진 것을 확인했다. 결국 태양계가 약 220만년 전후로 수십만 년 동안 근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에 노출됐으며 이 폭발이 약 250만년전 적세 빙하기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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