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 발표]'알맹이' 빠져 효과 의문.."분양가 유지 대책일 뿐"
[경향신문] ㆍ부동산 전매제한·대출 심사 강화 등 핵심 대책 모두 제외
ㆍ“생계 대출 느는데 잘못된 처방…서민 집 구하기 힘들어져”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정부가 25일 택지공급을 줄이고 아파트 집단대출을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매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집단대출 시 소득심사 강화 등 실효성이 큰 핵심 대책들은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서 생계형 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감안하지 않은 채 주택구입 자금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봤을 때 분양권 전매제한은 둔탁한 규제가 돼 주택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전매제한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물량(올해 목표 4.03㎢) 조절 등으로 주택공급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올해 초 LH가 이미 줄이겠다고 발표한 목표치(4.19㎢)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급증세를 보여온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서도 ‘관리 강화’ 수준의 처방에 그쳤다.
올해 초부터 주택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은행권에 도입된 이후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자 제2금융권에도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분할상환 유도’ 수준으로 후퇴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에서 제외됐던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향후 부동산 시장 및 대출 증가세를 지켜본 뒤 ‘필요한 경우 단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현행 선분양 제도에서 집단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및 입주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집단대출 차주의 소득자료 확보를 의무화하도록 했지만, 이조차 대출심사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의 리스크 분석을 목적으로 한다.
중도금 보증 건수 축소 및 부분 보증 등의 관리 방안도 지난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내놓은 보증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 수준이다.
최근 2년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돼 왔던 완화된 LTV와 DTI 규제의 환원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 대책”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이라면 응당 들어갔어야 할 장기 연체 채권 및 저소득 다중채무자 관련 대책은 찾아볼 수 없고,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겠다는 기존의 기조만 유지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대출에서 주택구입용 자금보다 생계형 자금 비중이 큰데도 정부가 총량만 보고 처방을 내린 것 같다”며 “공급을 줄이면 서민들은 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져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이날 낸 성명에서 “주택공급을 줄여 이미 높이 올라버린 분양가를 유지해주겠다는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투기세력에게 지금처럼 계속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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