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열전] 이춘희 "고대, 카이스트 유치해 공무원 정착할 수 있는 여건 조성할 것"
세종시 영유아 인구, 지난해 2만명대 돌파...올해 64개 어린이집 신설산업단지 조성에도 한창...SK, 한화 입주

“고려대학교, 카이스트 등 우수 대학을 유치하려 합니다. 고려대학교는 미래형 산업을 대비하는 학과를, 카이스트는 대전 캠퍼스의 일부를 세종시로 옮겨올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세종시에 내려와 일하는 공무원, 연구원 등을 위해 국가정책대학원을 만들려 합니다.”
이춘희(62) 세종시장은 행정도시임에도 정작 공무원들이 내려와 살지 않는 세종시의 문제점을 교육 여건 개선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시에 내려온 중앙부처 공무원의 상당수는 서울에서 출퇴근을 한다. 작은 원룸을 구해 기러기 생활을 하다 금요일이면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도 많다. 국회 일정 등 서울에서의 업무가 많은데다,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서울에 남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일에 시끌벅적하던 세종시는 주말만 되면 한산해진다.
세종시청에서 이 시장을 만났다. 그는 푸른 빛이 감도는 셔츠와 자켓을 입고 취재진을 맞이했다.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집무실엔 회의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이 시장은 세종시 조성의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한 ‘세종맨’이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 부단장으로 일했고,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을 역임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지난 2014년 세종시장에 취임했다.
-공무원 상당수가 여전히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들의 정착을 위한 대책이 있는가.
“우수 대학 유치에 힘쓰는 것이 하나다. 현재까지 관심을 표시한 학교는 10개 남짓이고 논의가 활발한 상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카이스트와 고려대학교다. 카이스트의 경우 대전에 있는 캠퍼스가 너무 좁아서 이쪽으로 일부를 옮기려 한다. 고려대도 서울 본교 중 일부 단과대학을 옮기려 하는데, 미래형 산업을 대비하는 학과가 주요 대상이다.”
-고려대는 이미 조치원에 세종 캠퍼스를 두고 있지 않은가.
“조치원 캠퍼스보다 더 큰 규모의 캠퍼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융복합, 의생명공학 등을 배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세종시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신동산업단지가 가까운데, 이 신동산업단지에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고려대학교는 중이온가속기 관련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학과를 세종시에 배치해 인력을 키우려 한다.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금속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내고, 이 입자를 통해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엑스레이, 원자력 등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암 진단 등 의료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지만, 워낙 시설 자체가 거대하고 복잡한데다 설치 비용도 막대해 우리나라엔 아직 완전한 중이온가속기가 없다.)
또 오송에 생명과학단지가 있는데, 이와 연계하기 위해 약대를 옮기려 한다. 약대 이전에 대해선 이미 국토교통부의 승인도 받았다. 체육대학을 옮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체육대학은 운동장, 스포츠시설 등을 짓기 위해 넓은 땅이 필요한데, 서울 땅값은 너무 비싸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은 전통적 체육 대학에 스포츠 과학, 스포츠 의학, 스포츠 경영 등을 결합하려 한다.”
-고려대학교, 카이스트 말고 다른 교육기관에 대한 계획은 없나.
“세종시엔 정부부처와 국책연구단지가 내려와 있다. 공무원과 연구원, 훌륭한 학생 자원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정책대학원을 만들려 한다. 정부 행정을 다루는 단순한 행정대학원이 아닌, 농식품, 보건, 과학, 산업 등 모든 국가 정책을 다룰 수 있는 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자녀 교육’ 문제가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종시 어린이집, 유치원은 보육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평균 연령이 40.4세고, 신도시는 31세다. 지난해 말 세종시의 평균 연령은 31.6세로, 아이가 많은 도시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며 세종시로 옮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전입 영유아 수가 최근 2년동안 2배 이상 증가해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올해 내로 세종시의 보육 변화를 진단하는 ‘보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 분석해 보육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세종시의 영유아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8052명에 불과했던 영유아 수는 2014년 1만1783명으로 1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지난해 2만2204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보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종시는 지난해에만 56개의 어린이집을 확충했다. 이어 올해엔 64개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현재 세종시에 있는 어린이집은 총 240개로, 정원은 1만2159명이다.
-세종시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한 계획도시다.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1단계 건설이 끝나고 현재 우리 시 주도의 2단계 건설, 자족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전체 인프라를 보면 반쯤 완성됐고, 인구는 목표 인구인 50만명(신도시 기준, 세종시 전체 인구 목표는 60만명)의 4분의 1 가량이 유입됐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 신설부처 이전 고시 지연, 저조한 예산 투입 등으로 건설이 많이 늦춰진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우리 시 주도의 2단계 건설이 시작되므로 속도를 내 진행하려 한다.”
-2단계 건설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2단계 건설은 지체된 사업을 정상화하고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활여건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자족성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아트센터, 박물관 등을 건립해 문화, 여가 생활 욕구를 충족시키고 대중교통서비스를 향상하는 등 생활여건을 개선하겠다. 또 정부기관, 국책연구기관 외에 첨단기업,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을 유치해 추가적인 도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다. 우수 인재 육성, 지역 경제 선순환 등을 위해 우수 대학도 유치할 계획이다. 실질적 행정수도로의 도약을 위해선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건립,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 등의 이전이 필요하다.”
세종시의 도시기본계획은 총 3단계로 나뉜다. 중앙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등이 옮겨오고, 대중교통, 도로 등 도시 기본 인프라를 갖췄던 1단계는 지난해 끝났다. 올해부터는 의료·복지기능과 첨단지식기반이 갖춰지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된다. 이후 2021년부터는 기존에 도입된 기능을 완비하고 주거지를 확충하는 3단계가 진행된다.
-세종시 출범 당시 대중교통, 자전거 중심 도시를 표방했었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 곳곳에서 교통 체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체증, 주차장 부족 문제는 도시가 완성돼가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문제다. 개발단계에서는 주요간선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우회, 보조간선도로 등이 개통되지 않아 교통체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도시 지역 도로율은 전체 개발면적대비 24%다. 다른 신도시에 비해 적은 수준은 아니다.
도시 내 교통은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길이는 11.5km다. 시속 60km로 달려도 10분이면 간다. 더 빨리 달리면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살 수가 없다. 대신 도시 간 교통은 빨리 달릴 수 있게 설계했다. 시내 도로는 시속 60km, 도시 간 도로는 시속 80km, 도시를 둘러싼 고속도로는 시속 110km로 달릴 수 있다.”
각 신도시의 지역 도로율을 살펴보면, 위례신도시는 22.5%,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는 21.8%, 파주신도시는 24.8%다. 세종시는 향후 생활권이 개발되면 도로 또한 순차적으로 개통돼 도로망이 확장될 것이고, 이에 따라 도로 부족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차장도 부족하다. 건물마다 주차할 곳이 없어 도로 한쪽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차 문제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개발면적의 0.6%는 주차면적으로 확보돼 지역 내 골고루 주차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이 공간이 현재 외곽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적절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한 아름동, 종촌동 상업지구에 공영주차타워를 직접 건립 중이다. 길에 설치된 주차기가 자동으로 차량 번호를 인식하고, 출차 때 주차 시간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선진국형 노상 무인주차기’도 일부 지역에 설치했다. 특정 개인의 장기 주차를 방지해 주차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세종시 집값이 빠르게 오르다보니 투기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책이 있나.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각종 인프라 구축으로 정주여건이 좋아지고, 중앙부처 이전이 마무리 되면서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의 매매가 활발하고 분양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세종시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세종~서울 고속도로 건설, 각종 대기업 공장 유치 등으로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려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문제는 경계하고 있다. 현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아파트 건설, 분양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해 업무를 하고 있어 우리 시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 또 분양현장 떳다방은 꾸준히 단속할 것이다.”
-산업 기반은 어떻게 갖춰지고 있나.
“세종시 출범 이후 조성 중인 산업단지 중 2개 산업단지의 분양은 이미 완료됐다. 올해 9월에 준공 예정인 소정첨단산업단지는 준공 전인데도 불구하고 1년 6개월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지난 6월 준공된 명학산업단지도 3년 10개월만에 35개 업체에 분양을 완료했다. 지금은 미래산업단지, 세종테크밸리가 분양 중이다. 앞으로 세종벤처벨리와 철도융복합산업단지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다른 지역은 경기 불황과 수도권 규제완화로 준공 이후 몇 년이 지나도 분양이 끝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시는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어떤 업체들이 세종시로 오려고 하나. 대기업도 관심이 많은가.
“모두 첨단 산업의 기업들이다. 세종시도 땅값이 비싼 편이라 대규모 공장이 필요한 업체는 들어올 수 없다. 대기업 중에선 SK, 한화 등이 입주했다. SK바이오텍은 대덕산업단지에 있다가 명학산업단지로 이사왔다. SK머티리얼즈는 새로운 산업분야를 시작하면서 세종으로 들어왔다.”
-세종시장 임기 중 꼭 이루려는 것이 있다면.
“세종시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이다. 세종시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국회 분원,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설치하고 정부부처 이전을 조속히 끝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행정기능을 강화하고 국정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행정은 세종’이라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개헌 없이는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옮겨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헌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회분원 설치도 앞날이 불투명한 것 아닌가.
“현재 헌법 체제 하에서 할 수 있는 건 먼저 해야 한다. 국회 분원은 간단하다. 세종시에 내려와 있는 부처를 관장하는 상임위원회는 회의를 여기서 하자는 것이다. 현재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분야 부처가 내려와있다. 여의도에선 외교, 통일, 국방, 법무 등을 관장하면 된다.
내가 국회 분원 이슈를 처음 꺼냈다. 세종특별자치시장 출마 기자회견 때였는데, 그때만 해도 반응이 썰렁했다. 이후 이해찬 의원 공약에 들어가면서 적어도 충청권에선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도시계획상 청와대, 국회 자리가 반영돼 있나.
“세종시 면적은 73㎢다. 가운데에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원을 대중교통 축으로 만들었다. 원 둘레에 열두개의 마을을 배치해뒀다. 흡사 진주목걸이처럼 생겼는데, 이를 환상형 도시구조라 한다. 원의 가운데 공간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중 한 공간은 비워뒀다. 청와대와 국회가 들어올 곳이다.”
-세종시의 미래 모습은.
“무궁화 도시를 만들려 한다. 세종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행정수도가 아닌가. 각 마을에 무궁화 동산을 만들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궁화를 가꾸게 될 것이다. 무궁화가 수종에 따라 3미터까지 크기도 한다. 가로수로도 괜찮을 것 같아 무궁화길을 하나 만들려고 한다. 나라꽃인 무궁화를 여기저기 심어 한국을 상징하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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