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자가 유기농 둔갑"..정부, "급식 비리 전국에 만연" 확인

한상혁 기자 2016. 8. 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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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에서 곰팡이 핀 감자가 ‘유기농 감자’로 둔갑해 급식에 들어가는 등 전국 학교 급식의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 교사들이 특정 업체의 식재료를 지정하는 대가로 상품권을 받는 등의 관리 부실도 만연했다.

정부는 23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회 법질서·안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올 4월부터 7월까지 처음으로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점검해 총 677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급식 비리는 한두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만연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곰팡이 감자가 ‘유기농’으로 둔갑

식재료 관리에서는 특히 식재료 ‘전(前) 처리 과정’에서 위생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전처리는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하기 전 업체에서 식재료를 절단·세척·박피하는 등 1차 손질을 하는 과정이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A농산은 곰팡이가 있는 일반감자를 대장균 등 수질 검사를 받지 않은 부적합 지하수로 세척한 뒤 친환경 감자와 혼합해 ‘유기농 감자’ 또는 ‘무농약감자’로 둔갑시켜 수도권 50여개 초·중·고교에 공급했다. 이 업체가 공급한 감자는 3200㎏, 836만원 상당이다.

이 업체는 장티푸스·결핵·피부질환 등 감염병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12명을 고용했고, 작업대가 아닌 바닥에서 농산물 박피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식재료 유통 업체들은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기 위해 보관 창고와 운반 차량 등에 대한 허위 소독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의 B소독업체는 2014년 말부터 2016년 6월까지 건당 1만~1만5000원씩 수수료를 받고 서울·경기지역 38개 업체에 하지도 않은 소독을 했다는 허위증명서를 발급했다. 차량 1대당 소독료는 5만원이지만 허위로 소독필증을 발급받는 경우 수수료 1만원만 내면 됐다.

38개 식재료 유통 업체는 이렇게 허위 소독증명서를 받아 320여개 학교에 48억원 상당의 식재료를 납품했다.

유통기한을 조작하거나 일반 사료를 먹인 돼지를 친환경 돼지로 속여 납품하는 등 식재료 품질 기준을 위반한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영양교사들, 업체로부터 ‘상품권’ 받고 식재료 구매

학생들의 급식에 불량 먹거리가 대거 들어간 배경에는 식재료 업체와 학교 측의 검은 거래도 있었다.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이 특정 업체의 제품을 지정해 주문하면, 업체들은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영양 캐시백 포인트나 상품권 등을 지급한 경우도 적발됐다. 또 영양교사들이 특정회사 제품으로 조리한 식단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특정회사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 30장을 모으면 기프트 카드나 선물세트 등을 지급하기도 했다. 영양교사들이 제품 후기를 제출하면 영화 티켓을 준 경우도 있었다.

제조업체들은 이런 활동을 위한 ‘홍보 영양사’까지 고용해 자사제품에 대한 샘플 제공 등 영업 활동을 벌였다.

추진단은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4개 학교급식 제조업체가 최근 2년 동안 3000여개 학교에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 의혹을 포착하고,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겼다. 이들 업체는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C여고는 2000만원 이상의 계약은 반드시 2개 이상 업체로부터 복수견적을 받아야 하는데도 1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경북의 D초교는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업체와 6900여만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번 점검에서는 학교 급식 입찰 담합 사례도 16건 적발됐다.

추진단은 학교 급식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회계정보 분석을 통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영양교사를 초·중·고교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17개 시·도별로 ‘학생건강식단’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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