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사태' 후폭풍]다시 쪼개진 친박·비박

박순봉·허남설 기자 2016. 8. 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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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새누리당에 잠시 찾아왔던 ‘친박·비박 허니문’이 ‘우병우 사태’로 깨지고 있다. 친박계의 ‘8·9 전당대회’ 압승에 눌려 있던 비박계 목소리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주장을 고리로 삼아 터져나오면서다. 우 수석 문제가 이정현 신임 대표 체제 이후 ‘불편한 정적’이 흐르던 당내 계파들에 본격적인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수석 사퇴를 압박하는 비박계 목소리는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이끌고 있다. 비박계 리더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을 향해 “대통령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수사를 받으면서) 그 자리에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민심 전달’을 요구했다. 전당대회 완패로 위축됐던 비박계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무리한 ‘우병우 지키기’에 반박하는 형태로 ‘세 복원’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범친박계’ 꼬리표를 달고 출범한 원내지도부 역시 비박계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19일에도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는 우 수석 사퇴 주장에는 입을 다문 채 ‘이석수 때리기’로 맞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우 수석 거취에는 “논평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은 “철저하게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이 “국기문란 행위”, 김진태 의원이 “우 수석 감찰 전에 누설 의혹부터 밝혀야 한다”며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우선 조사’를 요구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시 반으로 쪼개질 위기에 처한 여당을 두고 고질적인 ‘청와대 딜레마’가 재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그동안에도 청와대가 현안에 민심과 이반되는 ‘가이드라인’을 내리면 이를 거스르기도, 무작정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처음에는 반대하는 듯하다 결국 따르는 입장을 밝혀 ‘30시간의 법칙’이란 별명을 얻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끝까지 반기를 들어 결국 ‘찍어내기’를 당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태생부터 친박계인 이정현 대표 체제는 청와대 가이드라인을 거스를 수 없을 거란 평가가 많다.

결국 친박계가 ‘우병우 지키기’에 몰입할수록 ‘당·청 갈등’ ‘계파 갈등’ ‘여야 갈등’ 등 3중고에 짓눌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계가 더 본격적으로 우 수석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친박계와 각을 세울 경우 이 대표의 당 운영 난항은 물론 박 대통령 레임덕도 가속화할 수 있다. 청와대의 우 수석 보호가 여권 전체를 갈라놓고, 스스로 힘을 빼놓는 ‘자승자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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