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장사' 홈플러스 무죄판결이 아쉬운 이유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2016. 8. 19. 13: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L][최현석의 머니&크라임]

[머니투데이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 [[the L][최현석의 머니&크라임]]

지난해 3월 당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가운데)이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경품사기,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홈플러스 체질개선을 위한 4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홈플러스 임직원들은 경품이벤트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응모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수집해 보험사에 판매하고 홈플러스 회원들의 정보를 동의 없이 불법제공하는 방법으로 약 231억원의 부당수익을 얻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는 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될 수 있다고 적시해 놓았다는 1㎜ 크기의 정보제공 약관이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1㎜ 크기의 약관이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이 요구하는 고지 의무를 다했고 고객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에 분노한 시민, 소비자단체는 판결에 항의해 1㎜ 크기의 글씨로 작성한 항의서한을 법원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위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에 대해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항소를 기각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판결의 주된 이유로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고 △법적으로는 무상제공이 아니라 유상판매한다는 점을 통지할 의무는 없다는 점 △경품응모자 중 30%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점을 미뤄봤을 때 이미 고객들이 경품응모에 기재한 개인정보가 보험 영업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향후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매매에 대한 사건들에 미칠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여러 가지 점에서 생각해 볼 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에는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해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각각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동의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제22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고객의 동의를 받을 때에는 정보수집 외에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유상제공한다 데 동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구분해서 사은행사에 응모하는 고객들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당시 홈플러스는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유상 판매하겠다며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경품행사를 하겠다며 응모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목적을 알리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수사 당시 응모 고객들중 약 200여명의 의사를 확인했는데 대부분은 정확한 목적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수선한 경품행사장 분위기에서 1㎜ 크기로 기재된 정보제공 관련 약관 표시를 다 읽어보고 경품행사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더라도 홈플러스는 법이 정하는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정보제공 동의를 얻는 방법도 준수하지 않아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에서 단순히 영업 판촉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회사에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보제공에 동의할 고객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더라도 이 판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이 판결에는 정보제공에 관한 고지를 하기만 하면 유상제공과 무상제공을 구분해서 고지할 의무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법적 미비도 한 몫을 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관련법 개정을 검토해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련의 상황들을 볼 때 아직은 국가나 대기업들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도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Who is]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gshwa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