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영방송사, 女앵커에 "살 빼" 명령..인권침해 논란

2016. 8.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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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일시 업무정지도..소셜미디어선 찬반 토론
다이어트 명령을 받은 이집트 여성 앵커 카디자 카타브 (이집트 채널2 화면 캡처)

한 달간 일시 업무정지도…소셜미디어선 찬반 토론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국영방송사가 자사 여성 앵커 일부에게 "살을 빼라"고 명령하고 한시적으로 업무를 정지시키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이집트 일간 알와탄과 인터넷 매체 알윰 알사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국영방송사는 최근 채널2에서 뉴스를 진행해 온 카디자 카타브를 포함해 여성 앵커 8명에게 다이어트 명령을 내렸다.

또 "적절한 외모로 스크린에 복귀하기 전까지 다이어트를 하라"며 한 달간 일시적으로 업무를 정지시켰다.

이번 조치는 여성 앵커의 뚱뚱한 모습 때문에 국영 방송사 이미지가 둔하게 비칠 수 있다는 이집트 라디오·텔레비전 연맹(ERTU)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ERTU 이사진 중에는 전 이집트 국영방송사 여자 앵커 출신의 사파 헤가지도 포함돼 있다.

국영 방송사 남성 앵커들에게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소식이 알려지자 업무정지를 당한 여성 앵커들과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카타브 앵커는 현지 매체와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모욕적이고 가증스러운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시청자들이 자신의 최근 방송 출연 장면을 본 뒤 정말로 뚱뚱한지와 자격 정지를 받을 외모인지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다른 앵커도 "이 상황은 내 가족을 매우 실망하게 했다"며 "이는 내부적으로 처리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여성보호·법의식센터는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조치이자 여성들에 대한 폭력의 한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집트의 한 저자 겸 학자인 와히드 압둘 마지드는 "해당 방송사는 앵커의 외모보다는 방송 내용을 발전시키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남성 국회의원이자 기자인 사이드 헤가지도 "이집트에서 이상적인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누구냐"라고 반문한 뒤 "한 여성 앵커는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가지만 말솜씨는 좋다"고 칭찬했다.

반면 이집트 국영 일간 알아흐람의 파트마 알샤라위 기자는 "이 정책은 지방 방송사들에도 해당해야 한다"고 국영 방송사 결정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소셜미디어서는 여성 앵커를 지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지만 "뚱뚱한 여자들"이라고 놀리는 글도 게재되는 등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ERTU의 한 관계자는 "이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 여성들의 보수와 혜택을 공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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