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철의 건축스케치]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바라보며
[경향신문]

서울 남대문시장 앞 한국은행 교차로에는 넓은 사거리를 바라보며 이국적 형태를 뽐내고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 청사, 경성역사(서울역), 조선호텔 등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의 전반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이름이 높았다.

유럽의 성채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물은 전체적으로 단아한 르네상스풍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좌우 원형의 돔 부분과 몸통과 지붕을 연결하는 연결부위에 바로크풍의 장식 요소를 곁들인 절충주의 양식으로 분류된다.
이 건물은 1907년 일본의 침탈이 시작될 즈음 일본인 다쓰노 긴고에 의해 일본 제일은행 경성지점으로 설계되었다. 1912년 조선은행으로 명칭을 바꾸어 완공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직속은행의 역할을 하였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87년 이 건물의 뒤편으로 한국은행 신관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한국은행 본관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은행의 주된 기능이 신관에서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 건물은 2001년부터 화폐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시민들의 발걸음을 맞이하고 있다.
뒤쪽에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관은 비교적 단순한 매스로 앞쪽의 구관의 형태가 이지러지지 않도록 배려한 모습이 돋보인다. 같은 화강석 마감으로 한국은행이라는 동질감을 형성하면서 큰 스케일의 형태적 우월성을 차분한 모더니즘의 모습으로 절제하여 전체적으로 신구 두 개의 건물이 한 덩어리로 느껴질 수 있게 하였다. 상부에 옆으로 길게 놓인 고전주의의 언어인 열주는 앞쪽에 놓인 구관의 역사주의의 컨텍스트를 연장해 보려는 애교로 보인다.
구관인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비록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대의 산물이기는 하나 이 역시 우리의 역사이고 건축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건물이어서 우리에게는 귀중한 사료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화폐 역사와 문화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인 만큼 많은 자라나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의 발걸음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윤희철 대진대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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