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고향은 북한을 연상시켰다" WP기자의 음성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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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여기는 한국이다. 비록 건국 대통령인 김일성을 찬양하는 북한의 박물관과 기념관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자신이 북한에 와 있다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워싱턴포스트(WP)의 도쿄 지국장 안나 파이필드는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충북 음성을 다녀 온 감상을 이렇게 정리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북한에도 여러 번 다녀왔던 경험이 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충북 음성의 반기문 ‘성역화’가 여러 면에서 북한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파이필드 기자가 ‘개인 숭배’라고 본 반기문 기념시설의 일부를 소개한 대목이다.
기차로 도착하면 “음성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입니다”라고 적힌 거대한 플래카드를 보게 된다. 차로 온다면 두 가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유엔 서류가방을 들고 문자 그대로 전 세계를 손 위에 놓고 있는 버블헤드 인형 같은 반기문 동상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 반기문 거리를 따라 올라가 반기문 광장을 지나 마을 중심으로 오면 반기문 총장이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거대한 광고판과 곧 열릴 태권도 대회를 알리는 배너가 있다. 맞다. 대회 이름은 ‘반기문 컵’이다.직진할 경우, 복원된 반기문 생가에 도착하게 된다. 한 방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반기문 총장이 태어난 방.”
그의 일대기를 설명하는 박물관도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며, 세계 평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반기문의 명언 19개를 담은 팸플릿도 가져갈 수 있다. (14번 : “자기를 낮추는 지혜를 배워라.”) (워싱턴포스트 8월15일)

반기문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말로 끝난다. WP는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이을 대선 주자가 딱히 보이지 않고 야권은 내부 다툼에 빠져있어 한국의 정치 상황은 혼돈 양상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WP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며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 5월 5박6일 간 한국을 찾았을 때 “유엔에서의 임기를 마친 뒤에 무슨 일을 할 지 결정하겠다”며 “내년 1월1일에 한국 시민으로 돌아오겠다. 그때가 내가 한국 시민으로서 무얼 해야할 지 고민하고 결정할 때이다”고 말했다. 침묵을 지키던 이전 태도를 바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WP는 이 사실과 함께 반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그 둘이 참석하는 모든 다자회의에 참석해 만났고, 특히 올해 초 뉴욕에서 만났을 때에는 상당히 긴 시간 회동해 한국 언론에서 두 사람이 대선 출마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측근들의 발언을 인용해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김숙 전 유엔 대사는 “반 총장은 (대선출마를)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는 한국 국민과 한국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고국을 위해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반 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와 고국에서의 평가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적지 않은 부분 (상임이사국들에) 반대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였기 때문이다. 그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임기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그러나 여기 음성에서 그는 영웅이다.반 총장의 5월 방한 이후 반 총장의 생가와 기념관을 찾는 방문객의 수는 주말 하루 약 500명으로 이전보다 두배로 늘었다. ‘반기문의 고향’이라는 글이 적힌 명함을 건넨 이필용 음성군수는 “반 총장 기념 시설은 청소년들이 반 총장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장래에 대한 영감을 얻도록 세운 것”이라며 “우리는 아이들이 큰 꿈을 갖도록 돕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군수의 집무실에는 반 총장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반 총장 기념시설의 개인 숭배적인 성격에 대해 묻는 파이필드 기자에게 “우리가 이 시설을 지었을 때는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기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한 보좌관은 음성군이 기념 시설을 세운다고 했을 때 반 총장이 이를 불편해했지만 지방 정부의 결정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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