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방·디자인 라운지.. 삼성전자 DNA 바꾼다
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 우면산 남쪽 성촌길에 들어서자 에메랄드빛 건물 6개 동(棟)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말 오픈한 '삼성 서울 R&D(연구·개발) 캠퍼스'. 삼성전자는 서초동과 수원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소프트웨어 연구진 5000여 명을 이곳에 집결시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응하고,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철통 보안'이 생명인 기존 연구소와는 달리 이 캠퍼스엔 정문도, 높은 담장도, 경비원의 거수경례도 없다. 동네 주민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와 구내식당엔 주변 회사원들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름 그대로 대학 캠퍼스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본지가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방문 취재한 서울 R&D 캠퍼스는 수원 디지털모바일시티(DMC)연구소, 기흥·화성 반도체연구소와 함께 삼성전자의 국내 R&D 트라이앵글(삼각 축)을 이룬다. 캠퍼스의 연면적은 34만㎡(10만2300평)로 63빌딩의 2배 규모. 1인당 평균 공간은 20평이 넘어 소형 아파트 한 채와 비슷하다. 삼성전자 백수현 전무는 "서울 R&D캠퍼스는 디자인·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젊은 소프트 파워의 중심지'이자 '혁신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혁신의 집적지
삼성전자가 서울 우면동에 TV·생활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의 디자인·소프트웨어 연구원을 총집결시킨 것은 삼성의 소프트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곳 연구원들은 각각 다른 사업부에 소속돼 있지만 마치 한 사업부 직원들처럼 수시로 접촉해 소통할 수 있다. 예컨대 TV사업부 디자이너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부터 조언을 듣는 융·복합 R&D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캠퍼스 6개 동을 지하 통로로 연결해 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했다.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은 디자인연구소에 3개 층을 연결해 만든 '디자인 라운지'. 서울 R&D 캠퍼스에 근무하는 디자이너 1400여 명이 수시로 찾는 곳이다. 각종 디자인 서적과 멀티미디어 자료 등 1만여 점을 모아 놓은 '디자인 라이브러리', 홀로 조용히 첨단 디자인을 고민하는 '비밀의 방'(Secret Room), 디자이너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라이브 스퀘어(광장)'로 구성됐다.
다른 분야 연구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과 협업'의 공간도 곳곳에 배치했다. 사무실에 마치 카페처럼 소파와 테이블, TV까지 놓아둔 '아이디어 스폿(Idea Spot)'에선 수시로 대화가 이뤄진다. 높은 사무실 칸막이도 사라졌고 사무실엔 각 층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오픈형 계단'도 설치했다. TV 디자이너 김기홍(27) 사원은 "예전 건물에선 회사원 같았는데 지금은 진짜 디자이너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R&D 캠퍼스는 삼성 특유의 하드웨어적 조직 문화를 수평적인 소프트웨어적 조직 문화로 바꾸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에선 이미 직급과 호칭을 모두 파괴했다. 실제 팀장을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삼성 서울 R&D 캠퍼스에는 인사·관리 조직도 두지 않았다. 캠퍼스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도 없다.
◇강남으로 몰려드는 대기업 R&D

삼성 서울 R&D 캠퍼스가 설립되면서 우면동·양재동 일대는 대기업의 'R&D' 단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뛰어난 R&D 인력들이 자녀 교육이나 문화생활 등을 이유로 지방 근무를 꺼리면서 대기업 R&D 중심축이 서울 강남으로 이전한 것이다.
삼성 서울 R&D 캠퍼스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LG전자의 우면 R&D 캠퍼스가 있다. LG전자는 2009년 양재동에도 서초 R&D 캠퍼스를 세웠다.
KT도 우면동에 KT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양재동 본사를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로 옮긴 뒤 2022년쯤 이곳에 현대차 R&D(가칭)를 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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