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㊴ CJ헬로비전 인수전 로펌 올스타전..태평양·율촌, 김앤장·광장·세종·화우 꺾고 한판승
통신과 방송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SK텔레콤(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은 불발로 끝났다. 정부는 통신과 방송업계의 공정 경쟁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며 불허 결정을 냈다. 이번 M&A를 둘러싸고 유명 로펌들이 SKT와 CJ헬로비전 측과 반(反)SKT 측의 대리인으로 총출동했다. 그만큼 사활을 건 M&A전이었다. 결과는 반SKT 측을 대리한 태평양과 율촌이 SKT와 CJ헬로비전 측의 대리인인 김앤장, 광장, 세종, 화우 연합팀을 보기좋게 누른 한판승이었다.

2015년 11월 이동통신 1위 업체 SKT는 케이블방송, 알뜰폰 1위 업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방송·통신 업계 지형을 바꿀 초대형 M&A였다. 법조계에서는 각 로펌을 대표하는 변호사들과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고문들이 총출동한 올스타전으로 주목받았다.
SKT를 대리한 광장과 세종, CJ헬로비전을 대리한 김앤장은 공정위가 승인하되 조건을 까다롭게 붙일 것으로 판단해 공정위 승인 이후 부처별 대응전략에 더 초점을 맞췄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가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자 뒤늦게 화우까지 추가 선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KT를 대리한 율촌과 LG유플러스를 대리한 태평양은 합병 자체가 불법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들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KT는 김만식 공정경쟁 담당 상무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변호인단과 수시로 소통하며 공정위에 집중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국내 방송·통신 업계의 경쟁을 제한하고,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불허했다.
◆ 태평양·율촌, 공정위 집중 전략이 통해

통신 업계 경쟁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SKT의 CJ헬로비전 M&A 저지를 위한 법무법인 선정부터 삐걱거리긴 했지만 목표는 같았다. KT는 태평양에 자문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당황하기도 했으나 결국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율촌은 공정거래와 방송통신팀, M&A팀을 총출동해 화답했다. 율촌은 공정거래그룹 대표 변호사인 박해식(4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 방송통신 전문 손금주(44·〃30기) 변호사, 인수합병(M&A) 전문 윤희웅(50·〃21기) 변호사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박해식 변호사는 서울형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행정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그는 판사 재직 당시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에 관한 연구’ 등 70여편의 논문과 상가임대차분쟁소송 등 3권의 저서를 낸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손금주 변호사는 공정거래, 방송통신 전문가다. 2001년 수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 중앙지법, 서울행정법원을 거쳐 2009년 율촌에 합류했다. 그는 정유사간 주유소 원적 관련 부당공동행위, 케이블 사업자 간 불공정행위, 13개 음원유통사업자의 부당공동행위, 가스사와 정유사간 LPG 가격담합, 6개 음료업체간 부당공동행위, GS칼텍스의 스마트로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등 공정거래위원회 단계 사건과 행정소송을 처리했다.
손 변호사는 올해 4월 총선에서 전남 나주·화순 선거구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변호사 활동을 접고 의정활동 중이다.

윤희웅 변호사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현대자동차의 신흥증권 인수, 롯데의 대한화재보험 인수, 현대중공업의 CJ증권 인수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태평양도 ‘방송·통신 분야의 거물’ 오양호(53·〃15기) 변호사를 필두로 10명이 넘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오양호 변호사는 1996년 태평양의 초대 정보통신팀 창설 이후 줄곧 팀장을 맡아 KT 민영화, SKT의 신세기통신 합병, KT의 KTF 합병 등을 성사시켰다.
오 변호사는 200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퀄컴(Qualcomm)간 CDMA 로얄티 국제 중재에서 ETRI에 불리하게 작성된 계약서에도 불구, 2억5000만 달러를 한국에 지급토록 한 중재를 이끌었다. 이 중재는 “한국이 CDMA 기술의 종주국이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재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 변호사를 필두로 방송통신팀장인 이상직(50·〃26기) 변호사, 신상훈(46) 미국 변호사 등 1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힘을 보탰다.

1999년 태평양에 합류한 이상직 변호사는 태평양 방송통신 팀장이다.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규제개선 추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신상훈 미국 변호사는 4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8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일했다. 2005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2007년 태평양에 합류했다.
KT는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 한 달 뒤 ‘미스터 추진력’으로 불리는 맹수호 케이티스(KT IS) 대표를 CR부문장으로 배치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비했다. KT 관계자는 “SKT의 발표는 충격이었다. 맹 부문장은 자리를 옮긴 뒤 ‘결과로만 말한다’며 필승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태평양과 율촌은 “방송 통신 사업체의 인가와 합병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방송과 통신 시장의 정당한 경쟁을 제한한다"며 “무선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 SKT가 가입자 420만여명을 보유한 케이블TV(SO) 1위이자 알뜰폰 사업 최대 점유 기업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합병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하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들을 알 수 없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SKT와 CJ헬로비전이 초고속인터넷(유선통신), 알뜰폰( 이동통신), IPTV와 케이블TV(유료방송)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면 시장의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 권역 가운데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와 합산했을 때 21개 권역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고,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독과점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 광장·세종·김앤장, 화우까지 합류했지만 패배…“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SKT는 광장과 세종 변호사 30여명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광장은 김상곤(47·〃23기), 박광배(52·〃17기), 이민호(44·〃27기) 변호사 등 파트너급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김상곤 변호사는 2015년 10월 삼성과 롯데의 3조원 짜리 화학 빅딜에서 삼성을 대리했고 2014년 11월 한화·삼성 간 빅딜에선 한화를 대리한 ‘M&A 전문 변호사’다.
이민호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2년 동안 송무 담당관으로 일했다. 이 변호사는 경쟁법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삼성전자-애플 분쟁 관련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사건,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 사건 등을 맡았다.

박광배 변호사는 1991년 광장의 전신인 한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IT, 방송, 통신 분야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인허가, 각종 규제 등에 대한 자문과 법률 대리를 맡은 베테랑이다.
세종은 김성근(57·〃13기) 대표변호사, 공정거래팀 조창영(48·〃30기) 변호사, 통신팀 정수용(41·〃31기) 파트너 등 변호사 10여명을 투입했다.
김성근 대표변호사는 방송·통신과 M&A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조창영 변호사는 공정위 사무관으로 2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08년 공정위 법령선진화추진단 자문위원, 2010~2012년 공정위 규제개혁심의회(경쟁분과) 위원을 지냈다.
정수용 변호사는 세종에서 통신 관련 자문, M&A, 일반 기업 법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1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재허가 심사위원을 지냈다.
SKT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정위가 가장 먼저 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SKT와 CJ헬로비전의 결합이 국내 방송·통신시장의 공정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법조계에서는 반SKT측 대리인인 태평양과 율촌은 공정위에 사활을 건 게 주효했던 반면 SKT와 CJ헬로비전측의 대리인인 광장과 세종은 공정위의 까다로운 조건부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그 이후를 준비한 게 결과적으로 힘을 분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광장과 세종은 부처별로 팀을 구성, 주식 취득 인가와 SKT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의 정당성 설득에 주력했다.
각 변호인단은 공정위가 합산점유율 60%를 넘는 권역의 SO 매각을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낼 경우에 대비했지만 M&A 불허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SKT 관계자는 “공정위가 불허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방통위 사전 동의 등에 공을 들였다. 방통위 사전 동의가 없으면 미래부가 인가를 내도 효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변론에 관여한 한 변호사는 “우리가 (변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이런 부분도 로펌의 능력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 위원장, 사무처장 등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많기로 유명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기업을 파는 입장이어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가 지난달 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하자 화우를 추가 선임했다. 화우는 케이블TV 업계가 처한 현실, 이번 M&A의 당위성 등을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시각에서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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