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의 내 인생의 책] ⑤ 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 스콧 라이트
[경향신문] ㆍ교회여, 권력보다 백성을 보라
살인마 전두환이 권력을 빼앗을 음모를 진행시키던 1980년 3월24일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미사 설교 도중 군인의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199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했던 나는 로메로 대주교 무덤을 자주 참배했다. 로메로의 고뇌와 저항을 잘 소개한 평전을 내가 옮겼다.

“백성들이 학살당할 때, 함께 피 흘리는 교회는 존경받습니다.” 권력자들과 잘 어울리던 로메로 대주교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가난한 사람들이 로메로 대주교의 회개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로메로는 회개한 이후 부자들에게 미움받는 사람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회개하지 못한 성직자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부자나 권력자와 가까이 지내다가 망가지지 않은 성직자를 본 적이 없다.
“로메로 대주교는 나에게 하느님의 종이었으며, 여전히 순교 중입니다”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백하였다. 로메로의 죽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교가 쓰는 빨간 모자는 순교의 피를 상징한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침묵하는 주교는 주교 자격이 없다.
종교는 입으로 고백하지 않고 삶으로 증거한다. 종교는 해석이론이 아니라 변혁운동이다. 세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의한 세상을 옳게 바꾸려 한다. 잘못 이해된 종교는 아편이요, 인민의 지배자다. 올바른 종교는 치료제요, 민중의 해방자다. 나쁜 종교인은 백성의 의로운 저항을 묵살하지만 의로운 종교인은 해방을 위한 투쟁에 앞장선다. ‘교회는 정권과 어떻게 잘 지낼까 연구하지 말고 백성에게 다가서라’는 로메로의 가르침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지금 꼭 필요하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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