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난무..시청자 '어이가 없네'

김지원 기자 입력 2016. 8. 8. 21:15 수정 2016. 8. 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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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 리우 올림픽이 6일 막을 올린 가운데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중계진이 도를 넘어서는 성차별적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여성 선수의 경기력이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외모 평가를 한다거나 편견에 치우친 해설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6일 SBS는 여자 유도 48㎏급 16강 경기를 중계하던 중 정보경 선수의 상대인 베트남 반 응옥 투 선수를 소개하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거거든요”라고 선수의 나이를 거론했다. 같은 날 여자 유도 48㎏급 8강 경기에선 한국 선수와 맞붙은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란 표현을 사용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중계도 마찬가지다. 6일 KBS 최승돈 아나운서는 여자 펜싱 에페 8강 경기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는 최인정 선수를 보며 “저렇게 웃으니 미인대회에 출전한 선수 같네요”라고 발언했으며, 이탈리아 피아밍고 선수의 독특한 약력을 소개하며 “서양의 양갓집 규수 같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에페 경기에 출전한 여자선수가 굽은 칼끝을 장비로 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인상적이다”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 날 치러진 여자 유도 48㎏급 경기 중계에서 KBS 한상헌 아나운서는 상대 여자 아나운서에게 “체중이 48㎏ 이상급인가요 이하급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어 “(상대 아나운서가) 분명 48㎏ 이상일 텐데 정보경 선수는 48㎏ 이하급”이라며 “정보경 선수도 실제로 보면 굉장히 가녀린 소녀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KBS는 또 7일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B조 1경기 도입부에서 “리우데자네이루 해변 하면 브라질 미녀들이 비키니를 입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치발리볼, 얘기만 들어도 좋네요”라는 발언을 내보내기도 했다. SBS는 8일 수영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선 1위를 차지한 13세 네팔 선수 싱에게 노민상 해설위원이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며 외모를 평가하는 중계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성 발언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문제성 발언을 모아 공식적으로 항의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아카이브 제작자인 트위터 유저 ‘주단(@J00_D4N)’은 지난 7일 “중계진의 부적절한 발언을 직접 들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며 인터넷을 통한 공동 편집이 가능한 문서를 올렸고 현재 해당 글은 올라온 지 20여시간 만에 트위터상에서 3000여회 리트윗되며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성차별 발언 논란이 일면서 문제의 동영상 중 일부는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여자 청소년 축구 경기를 중계할 때도 ‘소녀 같은’ 등의 수식어를 써 여성성을 강조한다거나, 이신바예바 선수를 ‘미녀새’‘여신’ 등의 외모 평가 별칭으로 부른다거나 하는 것은 스포츠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남자 선수는 ‘선수’로 바라보면서 여자 선수는 ‘여자’로 봐온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부터 계속되어온 성차별적 관행을 대중들이 주체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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