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60년대 서울, 38도 넘는 폭염 일상화된다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마치 거대한 한증막이 된듯하다.
장마가 끝난 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7월 19일, 지난 8월 4일에는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강화됐다. 지난 4일 서울의 기온은 35.7도까지 올라갔고, 5일에는 36도까지 올라갔다. 올 들어 최고 기온이다. 일요일인 어제(7일)도 35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2주 이상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0일 정도는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선 중국 북부와 몽골, 러시아 남부에서 가열된 공기가 서해상을 거쳐 한반도 상공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현재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완전히 덮여 있다. 대륙에서 열풍이 넘어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더운 시기라는 뜻이다. 또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기온을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폭염을 부추기고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푄현상으로 더 뜨거워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영동지방보다 서울 같은 서쪽지방의 기온이 더 높게 올라가고 있다. 중국발 열풍에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 강한 햇볕, 푄현상 등 4가지 영향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여름 지구촌 폭염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와 지난 겨울 맹위를 떨친 슈퍼엘니뇨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7월 하순 북미 대륙의 기온을 50도 가까이 끌어올린 열돔(heat dome) 현상, 50도를 넘어선 중동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와 슈퍼엘니뇨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지역에서 나타나는 하루하루의 날씨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전 지구 규모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나 엘니뇨와 직접적인 관계를 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수록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앞으로는 더욱더 잦아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21세기 후반에는 보통 여름철 날씨가 요즘의 기록적인 폭염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래에는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지난 100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매년 늘 나타난다는 것이다.
美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 연구결과 별다른 저감 대책 없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RCP 8.5) 2061년 이후 여름은 전 세계 지역의 80%가 지금까지(1920~2014) 나타났던 최고의 폭염보다도 오히려 더 더울 것으로 나타났다(Flavio Lehner et al., 2016). 2060년대부터는 요즘 같으면 수십 년이나 1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기록적인 폭염이 매년 여름철마다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북미와 남미 대부분 지역. 중부 유럽,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폭염이 심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서울에서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간 날은 지난 5일로 기온은 36도였다. 2012년 8월 5일에는 36.7도까지 올라간 적이 있고, 1994년 8월 9일에는 37도까지 올라가지도 했다. 역대 서울 최고 기온은 38.2도로 지난 1943년 8월 24일과 1939년 8월 10일 두 차례 기록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60년대부터는 요즘 기준으로 볼 때 기록적인 폭염인 38도를 넘는 폭염이 평상시에 늘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폭염은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약자나 취약계층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단적인 예로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집계된 열사병이나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 환자는 1천 16명이나 된다. 사망자도 10명이나 발생했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하순부터 최근 2주 사이에 518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가뭄이나 또 다른 자연 재앙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임계온도를 넘어선 상황에서 최고기온이 지금보다 2~3도 올라갈 경우 피해가 산술적으로 2~3배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큰 문제다.
물론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느 정도 줄이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는 경우(RCP4.5) 2061년 이후 현재의 기록적인 폭염보다도 더 더울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41%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일 경우 폭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적으로 볼 때 폭염으로 인한 재앙을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경우 유럽이나 아시아처럼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폭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나 홍수와 마찬가지로 폭염도 자연 재앙이다. 올여름 국내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명이나 발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폭염은 자연 재앙 가운데 가장 큰 재앙이다. 올 여름 태풍이나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폭염은 더욱 강해지고, 피해 또한 더욱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폭염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Flavio Lehner, Clara Deser, Benjamin M. Sanderson. Future risk of record-breaking summer temperatures and its mitigation. Climatic Change, 2016; DOI: 10.1007/s10584-016-1616-2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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