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소양, 격 교양 그리고 장인정신

오영식 2016. 8.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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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의 디자인이야기-25]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다시 돌이켜 보니 쓸 당시도 망설였지만 쓰면서도 어려웠습니다. 끝으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희의 책 '현대카드 디자인 이야기'를 쓸 무렵이 3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10여 년 전부터 해 왔던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10년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많이 고민스러웠습니다. 저는 인생 플랜을 10년 단위로 목표를 정하는데 50이 되면 은퇴할 나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50이 되어 보니 제 생각처럼 늙어 있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10년 후 60의 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0년 후 목표를 세우면 5년, 2.5년, 1년 이런 식으로 더 세부적인 플랜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목표를 생각해 보니 우선 그보다 앞서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며 제가 일을 대하며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격, 교양 그리고 장인정신이었습니다.

 대개 훌륭한 사람을 인품이 있다고 합니다. 인격과 품격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이때 뒤에 붙는 '격'이 더 의미있는 단어라 생각됩니다. 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약속이 필요한데 타인과의 약속보다 어려운 것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요. 간혹 저희의 작업에 관심있는 분들께서 저희의 디자인 작업에서는 격이 느껴진다는 표현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영어로는 'Class', 'Classic'으로 표현되는데, 격이란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나온 생명력이 긴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교양'입니다. 교양지식이라고도 하지요.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대개 교양이 있고 겸손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하지만 진정한 교양을 갖춘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진정한 지식은 없고 말만 앞서는 때가 많았습니다. 진정한 지식인들은 본인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더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대학에서 들었던 교양인문학 수업이 교양의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 3학년 때 들었던 전경수 교수님의 문화인류학 교양수업은 지금까지도 고정관념을 갖지 않으려는 저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교양인은 지위고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교양이 있다고 느낀 분들 중 대부분은 음식, 미용 등 자신의 일에 충실한 분들이었습니다. 흔히 얘기할 때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러운 교양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인정신'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분야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으로 전공을 그만 두고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게 되었지만 이때 익힌 장인정신(Craftmanship)은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게 집중해야 한다는 관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간혹 외국 파트너들과 일을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유럽 디자이너들의 경우 장인정신에 많은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업에서 존경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디터 람스와 하라 켄야입니다. 이 두 사람이 각각 독일, 일본 출신이라는데도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장인을 인정해주는 나라입니다. 반면에 한국의 정서는 장인이라기보다는 쟁이라고 폄하해 표현하지요. (전에 성수동 구두 장인들을 다루면서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전문가도 존중받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그저 남의 실적을 자기화하려는 경향도 심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느꼈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였습니다. 디자인과 미술 분야의 경우 대학교수이고 자기 목소리가 크면 전문가로 받아들여집니다. 전반적으로 문화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한국 문화계의 전반적인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이긴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연재를 마치는 이유도 있습니다. 저의 글은 저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글로 생각을 밝히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과거과 마찬가지로 제 작업의 과정을 조용히 진행하고자 합니다. 제 글을 좋아하는 분도 싫어하는 분도 계셨겠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

<시리즈 끝>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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