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여력 없고 법인결제망 놓친 삼성증권, 초대형 IB 가시밭길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정부가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에 은행과 유사한 수신업무를 허용하면서, 3조원이 넘는 증권사들은 증자 등 자본확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초대형 IB로 도약하는 데 경쟁사들과 달리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최소 6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IFRS 2단계 준비로 삼성증권을 지원해줄 '총알'을 꺼내기 쉽지 않다. 기대했던 법인 지급결제망 허용도 검토에 머물면서 삼성증권이 가질 장점도 잃어버렸다.
3일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을 위한) 증자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확답을 피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일단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투자증권(자기자본 3조2000억원)은 "새로운 사업을 펼칠 기회"라며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자본이 3조8000억원인 KB증권(KB투자+현대증권)의 경우 두 증권사의 올해 결산이익 일부를 자기자본에 반영하면 4조원을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경쟁사와 달리 삼성증권은 현실적으로 증자 여력이 부족하다. 대주주(11.14%)인 삼성생명은 오는 2020년 IFRS4 2단계 적용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조(兆) 단위의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의 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대주주(8.02%)인 삼성화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6000억원 증자는 표면만 놓고 보면 어렵지 않지만, 국제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조원이 필요한 삼성생명이 더욱 급하다"며 "증자가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도 통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방안에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빠진 점도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악재다. 만약 허용된다면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거래 은행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계열사들의 천문학적 규모의 거래대금을 삼성증권이 맡는 것이다.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삼성증권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법인의 지급 결제망을 열어주는 혜택이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큰 혜택도 없는데 국내 시장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려고 무리하게 증자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IT, 바이오 등으로 공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어 '캐시카우(Cash cow)'가 아닌 삼성증권에 힘을 실어줄지도 미지수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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