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류 장악기]⑥ "랑야방을 아시나요?"..'중드'에 열광하는 한국 시청자들

배정원 기자 2016. 8. 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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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 넘보는 한류(漢流) 중국 촬영지 방문하는 한국 여행 상품 인기

'랑야방'은 지난해 중국 50개 주요 도시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무협 정치 사극이다.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며, 중국 양(梁)나라 때 역모로 몰려 몰락한 집안의 임수(林殊)가 얼굴과 신분을 모두 바꾼 채 강호를 호령하는 조직 강좌맹(江左盟)의 종주인 매장소(梅長蘇)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진=중화TV(CJ 제공)

한류(漢流)가 한류(韓流)를 넘보고 있다. 중국 드라마는 유치하고 촌스러워 볼 게 없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최근 한국에 중드에 열광하는 팬층이 늘어나고 있다. 지인들과 모여 중드 상영회를 열기도 하고, 중국 드라마 촬영지와 중국 배우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여행 상품에는 신청자가 몰려 모집인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드 열풍의 주역에는 랑야방(琅琊榜)이 있다. 랑야방은 중국 양나라를 배경으로 역모를 꾸몄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 매장소의 복수를 다룬 사극이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모은 것은 미국 드라마처럼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재미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전통미를 다시 살렸다고 할 정도로 화면 하나하나가 정지화면으로 바꾸면 광고나 그림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분위기를 풍겼다. 여기다가 고전이나 차, 고증을 거친 다양한 의상이 중국의 수준높은 전통문화를 한껏 맛보게 한다. 과거 중국 드라마가 산만하고 조잡했다는 인상이 강했다면 ‘랑야방’은 중국 드라마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수작이다. 중국 드라마 관련 정부부처인 광전총국마저 최고 수준의 사극으로 평가했다.

랑야방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중화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스트리밍 사이트 ‘티빙’에서 회당 최고 약 1만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자 여행상품까지 출시된 것이다. 1인당 경비는 110만 원 정도.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가 히트해 남이섬 등 촬영지에 일본인 관광객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랑야방을 본 한 시청자는 “중드가 촌스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줄거리나 탄탄하고 세련되서 놀랐다. 위진남북조 시대를 고증하는 수준도 수준급이라 화면 속 복식과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배경음악과 카메라의 앵글도 훌륭하고, 한국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 명품 사극이라고 할만 하다”고 말했다.

총 54부작인 '랑야방'은 장편이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굳이 결점을 찾자면 과거 회상신에 나오는 컴퓨터 그래픽(CG)이 어색한 정도. '랑야방'을 보면 한국에서 중국 드라마 열풍이 불어 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중화TV(CJ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김기헌 중국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한 드라마를 2개 위성방송사에서만 동시 방영하도록 제한한 ‘일극양성(一劇兩星)’ 정책을 지난해 1월 실시한 이후 제작 편수는 줄었지만, 질은 높아졌다.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 초점은 양보다 질”이라고 말했다.

중화권을 휩쓸고 있는 ‘랑야방’의 높은 인기에 대만 문화계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대만은 과거 1990년대 ‘판관 포청천’을 비롯해 2000년대에는 ‘꽃보다 남자’등 우수한 드라마를 한국에 수출하는 등 드라마 제작만큼은 중국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거대한 제작비가 요구되는 사극 제작을 기피한 지가 오래되었고, 훌륭한 제작진 및 배우들이 점점 중국 본토 시장으로 이탈하면서 수입 드라마가 점차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국 드라마가 대만의 안방 극장을 차지할 날도 3년에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중국 드라마의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드라마뿐 아니라 중국 웹툰, 모바일 게임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가 20만명이 넘은 ‘나의 그녀는 구미호’ 외에도 ‘가딩’ ‘꺼져줄래 종양군’등 중국 웹툰이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위권 안에 ‘뮤오리진’, ‘구음진경’, ‘백발백중’ 등 다수의 중국 게임이 올라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콘텐츠는 1억8999만 달러로 2010년(1억3600만 달러)에 비해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권과 일본에서의 콘텐츠 수입액은 감소했다.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출연한 드라마 ‘무미랑전기’는 제작비가 500억원이 소요되는 등 한국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자금이 투입됐다. /사진=중국시나TV

◆ 중국, 자본력으로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휩쓸다

전문가들은 중국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로 막강한 자본력을 꼽았다. 예컨대,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출연한 드라마 ‘무미랑전기’(2014년)의 총제작비는 무려 500억원이다. 인구 덕분에 광고 수익이 한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아 가능한 제작비다.

자본력을 기반으로 중국은 한국의 고급 인력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중국행을 택한 대표적인 연출자는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나는 가수다’, ‘느낌표’ 등을 제작한 김영희 PD다. 이후 ‘라디오스타’의 이병혁 PD, ‘느낌표’의 이준규 PD, ‘무한도전’의 김남호 PD를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PD들의 대거 중국 진출에 대해 ‘인력 유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중국 자본이 잇달아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데다, 고급 인력마저 중국행을 택하니 한국 콘텐츠 시장이 중국 자본에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만 역시 한때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지만, 창작자, 연예인들이 중국 활동에 매진하면서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희 PD는 “인력 유출, 자본 잠식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어디서 어떤 프로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할 뿐, 지금 시대는 한국에서 혹은 중국에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사라진 시대인 것 같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 PD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 이름을 알리는 일 또한 한류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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