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SK 1년]② 해외사업 실패의 연속..M&A 성장방정식 한계 부딪쳐

설성인 기자 2016. 8. 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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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은 2014년 9월 미국 모바일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회사인 숍킥(Shopkick)을 인수했다. 숍킥은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설립된 회사로 모바일에서 소비자와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2년 ‘미국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앱’으로 선정됐고, 코카콜라, 로레알, P&G 같은 다국적 기업과 제휴도 맺었다.

최태원 회장은 6월 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현 경영 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 할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이진희 디자이너

SK플래닛이 숍킥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커머스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숍킥은 지난해 52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SK가 숍킥 인수에 투입한 자금만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K플래닛측은 “숍킥의 실적이 부진하지만, 사업성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내수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회사를 먹여살릴 오아시스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했다. 지난해 SK플래닛 글로벌홀딩스(-239억), SK플래닛 재팬(-49억), SK 차이나(-45억) 등 상당수 해외 계열사가 적자를 냈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무선통신 사업자를 넘어 해외로 발을 뻗었지만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 이동통신회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 5월 파산보호를 신청, 6000만달러(66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2008년에는 SK텔레콤이 중국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아이(E-eye) 까오신'을 인수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났고, 5억달러(5540억원)를 투자한 미국 이동통신 재판매 합작사 힐리오는 2008년 버진모바일에 넘겼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SK그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력 사업이 내수 위주인데 시장이 포화돼 미래 먹거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에너지, 통신 분야에서 해외 사업을 많이 시도했는데 그룹 차원에서 치밀한 전략이 부족했고 결과도 안 좋았다”고 말했다.

◆ M&A 성공방정식 한계 부딪쳐...우량 회사 줄줄이 놓쳐

SK그룹의 성장사는 인수합병(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해 그룹의 숙원이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1994년에는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품었다.

SK그룹 서린동 사옥 전경./조선일보DB

2000년대 이후에도 2006년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2007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2014년 바이오랜드(현 SK바이오랜드) 등을 차례로 집어삼켰다. 지난해에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지분 20%도 매입했다.

하지만 모든 M&A건이 SK의 뜻대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하면서 에너지,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성장축인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CJ헬로비전은 7월 초 피인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1만2000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계약이 무산되자 8월 1일 주가는 9220원까지 미끄러졌다. 최고점 대비 23%나 떨어진 수준이다. 반면 SK텔레콤의 주가는 8월 1일 기준으로 22만6500원으로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 인수 발표 전(24만1000원)과 비교해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재계에서는 통신그룹인 SK와 방송그룹인 CJ 간의 결합이 정부 규제로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SK는 잃을게 없는 장사지만, CJ는 상처만 남기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와 CJ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함께 (주)CJ 15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콘텐츠 수급·해외 판매, 1000억원 규모의 미디어 펀드 운용 등의 전략적 제휴·협력 내용을 발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60년생 동갑내기, 고려대 동문으로 전략적 밀월 관계를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고 두 그룹은 오히려 앙금만 남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1980년대부터 M&A를 통해 정유, 통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험이 있어 CJ헬로비전 인수 같은 무리한 M&A에 나섰다”며 “현행 법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의욕만 앞섰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2년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빚어진 경영공백 상태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우량 회사들을 경쟁업체에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렌터카 회사인 KT렌탈(현 롯데렌탈)이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에 넘어간 게 대표적인 사례다.

SK이노베이션 직원이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렌터카 사업을 하는 SK네트웍스가 KT렌탈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총수 부재로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발을 뺐다. 렌터카업계에서는 SK가 KT렌탈을 가져갔다면 단숨에 국내 1위 렌터카 회사가 되는 것은 물론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STX에너지와 ADT캡스, STX팬오션 등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역시 총수 부재라는 벽에 부딪혔다. 호주 석유 유통회사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인수도 검토 단계에서 포기했다.

◆ 추격형 사업 모델 혁신형 경제에서 생존 어려워

국내 대기업들은 선발주자의 사업 아이템을 모방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가 이미 진출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LG화학이 1.2GWh(세계 시장점유율 7.7%)로 세계 5위, 삼성SDI는 0.8GWh(5.2%)로 6위, SK이노베이션은 0.5GWh(3.2%)로 9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말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독일 콘티넨탈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청산하는 등 배터리 사업이 순조롭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 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했다. 2017년까지 생산 규모를 2만대로 확대, 연 매출 12억위안(21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1위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안전성 문제로 한국 배터리 성능에 제동을 걸어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리 재벌들은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그쪽 사업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배터리 역시 LG에 이어 삼성이 진출했고, SK도 따라한 셈이다. 과거 추격형 경제에서는 뒤늦게 사업에 진출해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지금과 같은 혁신형 경제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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