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정치분석] "한국형 키워드, '부실'·'졸속'·'예산 낭비' 등 부정적

입력 2016. 7. 29. 20:54 수정 2016. 7. 2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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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치분석] “한국형 키워드, ‘부실’·‘졸속’·‘예산 낭비’ 등 부정적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정치 분석, 대개는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지만, 콘텐츠와 데이터로 분석해 보는 정치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요?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오늘은 ‘한국형'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한국형 OO’이라고 불리는 것들, 생각나는 것 있으신가요? 지난 3월에 이세돌 9단이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해서 패배하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정부가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증강현실(AR) 기술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화제가 되니까 이러다 “‘한국형 포켓몬고'도 나오는 거 아니냐." 우스갯소리 나왔습니다.

◇ 최영일> 말씀하신 사례들만 보면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것 같지는 않네요.

◆ 이규창> ‘한국형'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데이터 분석했습니다.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나 봤더니 연관 단어들이 부정적인 감성 보였습니다. ‘부실', ‘졸속', ‘예산 낭비' 등입니다. 원래 단어 뜻은 한국에 맞춘, 외국에 있는 무언가를 한국 현실에 맞게 변형한, 이런 뜻으로 나쁜 의미가 없지만, 실제로 쓰이는 건 부실하고 기능이 떨어지고 돈만 낭비하는 무엇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용도로 쓰입니다.

◇ 최영일>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들어간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인다니 마음이 편치 않은데, 왜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건가요?

◆ 이규창> ‘한국형'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닙니다. 이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주체는 정부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한국형 OO’이라고 정의하면서 쓰게 됩니다. 지난 20년간 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서 ‘한국형'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등장했는지 조사해보니 2200여 건(2271건)입니다. 2008년 이전까지 약 12년간 ‘한국형’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건 200여 건에 불과했는데, 2008년 이후 올해까지 8여 년 동안 무려 2000여 건 등장했습니다. 10배 이상 급증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주로 쓰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시기와 맞물려서 ‘부정적' 감성도 함께 증가합니다. 정부에서 '한국형 OO’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 '한국형 OO’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용역을 주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을 만들고, 관련 인력을 양성한다고 교육기관에 지원을 해주고, 이런 과정에서 예산이 쓰이게 되는데요.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원조 OO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아니면 전혀 엉뚱한 것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한국형’ 시리즈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졸속, 부실 정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 최영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한 대표적인 '한국형 OO’, 부실 정책 사례를 소개해 준다면요?

◆ 이규창> 전 세계가 국경 없이 경쟁을 벌이는 IT 분야에서 특히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정책에 학을 뗍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형=갈라파고스'와 같은 뜻입니다. 한국에서만 통하는, 혹은 글로벌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이런 뜻입니다. 업계에서 꼽는 대표적인 부실 정책 사례는 ‘한국형 운영체제'. 당연히 흐지부지 되거나 실패했을뿐더러 이 정책은 재탕 삼탕, 세 차례나 삽질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1991년 MS의 ‘도스' 대신할 ‘K도스'를 만들었습니다. 영어로 된 명령어 한글화 시도 ‘copy’ 대신 '복사'. 한 개도 안 팔리는데 5.0 버전까지 만들었다가 결국 사라졌습니다. 2004년엔 윈도 운영체제 대신하겠다고 ‘한국형 리눅스' 개발했습니다. 이름은 '부요'(BOOYO)입니다. 처음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실패했으니까 당연합니다. 그리고 5년 전인 2011년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한국형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습니다.

◇ 최영일> 일반 국민들은 그런 정책이 있었는지도 잘 모를 것 같은데요.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실패한 정책이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 이규창> 정책의 목표 문제. 원래 정부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문제는 국내 PC 운영체제를 MS가 독과점하고 있으니 개선해달라는 것입니다. 왜 독점하게 됐느냐, 인터넷뱅킹 등 모든 IT 서비스 정부 가이드라인이 MS 운영체제에 맞춰져 있고 그것만 쓰게 만들었습니다. 정부 규제가 독과점을 만들었으니 그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MS, 애플 어떤 운영체제 사용하든 관계없이 IT 서비스 다 이용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독과점 풀리게 되는데,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바꾸긴 싫으니 대안으로 ‘한국형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 대신 면피하거나 이슈를 비껴가거나 다른 목적이 있으니 정작 만들겠다는 것은 제대로 나올 리가 없습니다.

◇ 최영일>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부실, 졸속 정책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올 수도 있겠군요?

◆ 이규창> ‘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좋다, 우수하다, 이런 이미지가 생겨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생깁니다. 더 이상 ‘한국형'이 무언가를 비하하는 단어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 힌트를 해외 사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혹시 최근까지 ‘한국형'과 가장 비슷한 뜻으로 쓰였던 단어… 기억하십니까? 바로 ‘대륙의'입니다. 과거에 중국산 제품들 부실하고 어설프고 겉포장만 요란하고 실속이 없는, 이런 뜻으로 ‘대륙의'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도록 간섭하지 않고 두니까 어느 순간 샤오미,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이 등장하고 막상 이용해보니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다가, 이제 ‘중국산'은 더 이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닙니다. 정부가 섣불리 ‘한국형' 뭘 만들려고 하는 대신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만 풀어주면 얼마든지 한국에서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한국의 OO’가 나올 수 있습니다. ‘K팝' ‘게임' ‘웹툰', 해외에서 ‘korean’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것들, 때론 정부의 무관심이 도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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