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革이 할퀸 상처.. 붓으로 보듬었네

김미리 기자 2016. 7.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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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흔미술 화가 궈웨이 개인전

문화대혁명(1966 ~1976년) 시기 중국 화가들은 붓을 든 선전꾼 신세였다. 화폭엔 마오쩌둥, 군인, 농민, 소수 민족 같은 이념적인 소재만 허용됐을 뿐 예술적 상상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혁명이 끝나고 꽁꽁 묶였던 붓이 해방되자 화가들의 관심은 폭압이 할퀴고 간 상처로 급선회했다. 전체주의 그늘 아래 상처받은 개인의 내면이 작품으로 표현됐다. 이렇게 탄생한 독특한 중국 미술 장르가 '상흔(傷痕)미술'이다. 이 사조는 혁명 때 저항 운동이 가장 격렬했던 쓰촨 지역에서 시작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인간에서 인류로'를 여는 중국 작가 궈웨이(56·사진)는 쓰촨성 청두 출신으로 상흔미술의 대표 작가다. 10대에 경험한 혁명의 광기, 성인이 되어 치른 자본주의 성장통…. 어찔한 속도로 변하는 중국 사회에 위태롭게 발붙인 자신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자화상과도 같은 현대 중국인의 초상을 담기 시작했다.

전시장엔 3m에 이르는 대작을 포함해 28점의 인물화가 걸렸다. 격정적인 붓질 속에 사람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듯 어깨는 축 늘어졌다. 뒤돌아선 남성의 처절한 근육은 인체를 고깃덩어리처럼 뭉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덩샤오핑, 마이크 타이슨 같은 유명인들의 얼굴도 기억 속 스치는 한 장면처럼 뭉뚱그려져 있다. 유명 인물도 인류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미약한 존재임을, 고뇌하는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8월 14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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