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대 D-1> '양날의 칼' 힐러리의 풍부한 국정 경험

여성이면서 강인한 면모는 장점…신뢰 부족은 단점 꼽혀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미국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긍정적 측면의 단어는 단연 '경험'이다.
지난해 8월 퀴니피액대학이 발표한 설문조사나 지난 2월 갤럽 설문조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클린턴 하면 '풍부한 국정 경험'이라고 서로 등치되는 현상은 그의 경력을 볼 때 당연한 귀결이다.
대통령 부인 신분과 상원의원, 국무장관 근무 기간만 보더라도 약 20년간 정치권력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셈이기 때문이다.
상원의원 재임 중에 클린턴은 군사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고, 참전군인 처우 향상을 위해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2002년에는 이라크전쟁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클린턴은 이라크에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테러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는 구상을 가졌고,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그런 구상을 실천했다.
2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린턴은 역대 미 국무장관들이 택해 온 '구도 형성자'와 '문제 해결사'라는 두 가지의 큰 유형 가운데 전자에 속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역할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클린턴의 과거 경력은 대선후보로서 클린턴의 발목을 잡는 '유령'이기도 하다.
공화당의 공격을 받는 대표적인 사안인 '벵가지 사건'과 '사설 이메일 스캔들' 모두 국무장관 재직 때 있었던 사건이다.
벵가지 사건은 2012년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일이고, '이메일 스캔들'은 국무장관으로 일하면서 기밀문서를 비롯한 공문서들을 공용 이메일이 아닌 별도의 사설 이메일로 주고받은 행위를 가리킨다.
상원의원 때 클린턴이 이라크전에 찬성한 기록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가 들고나온 대표적 공격 소재 중 하나였으며, 공화당이 '안보 정책에 오락가락한다'는 비난하는 빌미가 됐다.
벵가지 사건과 이메일 스캔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클린턴에게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벵가지 사건에 대한 의회 청문회에서 클린턴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의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이 벵가지 영사관 공격과 연관됐다는 답변을 했지만 공개된 클린턴의 '사설 이메일'에는 이 답변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고, 공화당은 이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과 클린턴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공화당에서 맥락이 맞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끼워맞춰 정치공세 소재로 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공화당에서는 1980년대에 있었던 '화이트워터 스캔들'까지 연결시켜 클린턴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설립한 '화이트워터 부동산개발회사'의 지역 토지개발 사기 의혹을 가리키는 '화이트워터 스캔들'은 2000년 클린턴 부부가 무혐의 처분되며 법적으로는 종결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공화당에서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이런 사안들 역시 공화당에서 클린턴을 공격할 때 쓰는 말처럼 '오래된' 일들이고, 클린턴이 의회 청문회를 비롯한 여러 공론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한 경험이 있어 공화당의 공세가 결정적인 효력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과 민주당에서는 오히려 벵가지 청문회 등에서 클린턴이 공화당 의원들의 추궁에도 강인한 인상을 보이며 맞섰던 점과 공화당 의원들이 청문회까지 열고서도 클린턴에게 책임을 물을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점을 들고 나와 공화당에 대한 '역공'의 소재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상했다.
지금은 관심이 다소 약해졌지만, 클린턴이 주요 정당에서 처음 배출된 여성 대선후보라는 점도 역시 앞으로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클린턴과 민주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미국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이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미국이 다원성과 다양성을 가진 사회임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핵심 지지층이 대부분 백인으로만 구성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선명한 대척점을 이루며 클린턴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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