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위한 신평사 과점시장?..무디스·피치 투자금, 高배당·평가차익으로 전액 회수

유윤정 기자 2016. 7.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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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한신평, 피치·무디스에 10년간 950억원 배당피치 투자금 회수하고도 주식 평가차익 653억원

최근 10년간 한기평과 한신평이 각각 피치와 무디스에 배당한 금액/금융감독원

무디스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과점체제인 신용평가 시장에 대한 고배당, 과점 논란이 거세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이 지급한 신용등급 의뢰비 중 950억원이 무디스와 피치로 흘러 들어갔다. 이들은 이미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주가 상승으로 평가차익 수백억원을 남겼다. 제 4신용평가사를 허용해 경쟁구도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나이스인프라가 보유하고 있던 한신평 49만9999주(50%-1주)를 500억원에 인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신평은 무디스싱가포르의 100% 완전 자회사가 됐다.

한신평은 1998년 무디스와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무디스가 50%+1주, 한신평(당시 나이스평가정보)이 50%-1주씩 나눠 갖으면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73.55%로 지배하고 있다. 피치는 2001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30억원을 투자, 한기평 지분 9.9%를 확보했다. 이후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장내·외, 시간외매매를 통해 주식 지분 73.55%를 확보했다. 총 투자금액은 908억원.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선 나이스신용평가만 유일하게 국내 자본 소유다. 나이스홀딩스가 100% 갖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한기평, 한신평, 나이스신평 등 3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세 곳이 시장을 33%씩 차지한 구조인데, 이들의 수익 중 기업이 지급하는 신용등급 의뢰비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행법상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은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하기 위해 신용평가사 세 곳 중 두 곳 이상에서 복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년 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고배당 정책을 통해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와 피치가 한신평, 한기평에 투자한 총 금액은 각각 600억원(이번 인수금액 포함), 908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피치는 배당을 통해 투자금 절반을 회수했고 주식 평가차익도 남겼다. 2007년 4월 2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2001년 주당 1만원에 지분 9.9%를 확보한 것을 포함해 총 653억원의 평가차익을 남겼다. 무디스는 합작회사 설립부터 이번 인수를 포함해 한신평에 총 600억원 안팎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만 따져도 무디스는 509억원, 피치는 436억원을 이미 배당으로 확보했다.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셈이다. 지난해 한신평의 주당 배당금은 6601원. 무디스가 올해부터 한신평에서 받아가는 배당금은 60억~7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기평도 지난해 51억원을 피치에 배당했다. 전문가들은 무디스가 앞으로 고배당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피치가 2008년 한기평 지분을 54%에서 73%로 늘린 이후 주당 배당금이 세 배로 뛰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신용평가사 진입장벽 규제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른 조선·해운 등 부실기업 신용등급이 뒤늦게 반영되는 등 신용평가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신용평가 제도 개선점을 모색하는 민관 합동 '신용평가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마무리짓고 오는 28일 국내 신용평가시장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 제4 신용평가사의 신규 진입 인가 등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신용평가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종합신용평가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한기평에서 경력을 쌓은 윤우영 부사장을 영입해 신용평가업무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위일복 KTB자산운용 팀장은 “추가적인 신평사가 나와 시장에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며 “신용등급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제4 신평사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평가 선진화TF에서 도출된 내용과 신용평가 시스템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신용평가 제도 개선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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