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정부 '답정너'식 행정으로는 '사드 괴담' 못막는다
정부와 군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결정하면서 체계적인 대처 없이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고 있어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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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국방부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사드의 성주 배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인터넷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사드 레이더 전자파를 맞으면 성주 참외를 먹지 못한다” “전자파가 인체에 극히 유해하다”는 등의 괴담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정부와 군은 수도권의 페트리엇 부대와 그린파인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 기지를 공개하며 레이더 전자파는 인체에 전혀 해를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채 등 떠밀리듯 발표가 이루어지면서 정부가 말하는 ‘백 개의 진실’이 ‘한 개의 괴담’을 당해내지 못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 “군사보안만 지키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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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발사되는 사드 미사일 |
정부는 지난 3월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중간설명을 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사드 배치지역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해놓고도 주둔지는 거론하지 않아 경기 평택, 충북 음성, 경북 칠곡, 경남 양산, 강원 원주 등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사드 배치 부지 확정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방부 장관이 가용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와서 보고를 했고, 그 시점은 6월말 정도 된다”며 “7일 NSC 회의를 연 것은 8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했던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사드 주둔지를 발표할 때 정부와 군은 해당 지역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책을 발표하고 사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성주군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종합 대책을 시행 했어야 했다. 하지만 12일 언론에서 한 번도 후보지로 거론되지 않은 성주가 유력시되며 지역 민심이 들끓자 국방부는 13일 기습적으로 사드 주둔지를 발표해버렸다. 그나마도 발표 전까지 취소와 번복이 이어졌다.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군 당국은 가장 예민했던 부분인 주둔지에 대한 군사보안은 충실히 지켰다. 국내 언론들 중 대구 인근 지역을 거론한 매체들이 있었지만 성주 성산포대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군 당국은 전국 후보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1일 “발표 전 주민들에게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사후 통보’에 가까웠고, 이는 성주군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향후 성산포대 공사 과정에서도 충돌이 우려된다. 군민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하거나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내년 말까지 사드를 실전배치한다는 한·미 군 당국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지역주민들에게 사전에 사드의 특성과 부지조건 등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군이 ‘군사보안’에만 매몰된 채 소통을 도외시한 대가다.
◆“누가 진실을 말하느냐가 문제”
국방부가 사드 주둔지를 발표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온갖 괴담이 퍼졌다. 강력한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 위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자파가 지역주민에게 암과 불임을 야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성주 참외는 ‘사드 참외’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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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패트리어트를 운영하는 수도권 지역의 한 부대에서 공군 관계자가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그린파인 레이더를 가동하고 레이더보다 6m 낮은 전방 30m 지점에서 6분 동안 관측한 전자파의 최대 강도는 0.2658W/㎡로, 허용 기준(6W/㎡)의 4.4%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가 지상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전방 100m 반경이며 이 지역은 모든 인원이 통제되는 구역으로 안전 펜스가 설치된다고 설명한다. 전방 3.6㎞까지는 ‘비통제 인원 출입 제한’ 구역이지만 사드가 배치될 기지가 해발 400m의 고지대라 사람이나 농작물이 레이더 빔에 닿을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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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발사되는 사드 미사일 |
괴담이 힘을 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시너지를 일으켜 국민적 논란과 갈등,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미국이 괌에 사드를 배치할 때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주민 유해 여부를 판단했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하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반면 국방부는 사드 배치 발표 사흘 전인 5일까지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7일 오후 태도를 바꿔 사드 관련 발표를 하겠다며 언론에 공지했다.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면서도 주둔지역은 “수주 내에 발표한다”며 언급하지 않아 추측보도를 양산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과 언론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12일 언론에 성주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서둘러 공식 발표를 했다. ‘수주 내에 발표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군 관계자들은 “사드는 안전하다.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발표전까지 국방부가 취했던 행동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성주군민들에게 군은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을 경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자료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대통령 해외 순방 중 국가 원수를 대리하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군민들에게 에워싸여 수 시간 동안 성주군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 안보 문제를 여론에 맡길 수 없다”는 말은 맞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필요한 무기이며 한반도 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맞다. 하지만 안보 문제가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소통하는 절차를 밟아야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넌 대답만 하면 돼)식 일방통행은 6·25 전쟁, 유신시대에나 통하는 방식이다. 21세기 ‘정부 3.0’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 군이 국가안보차원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사드 배치를 어렵게 결정하고도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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